딸 같은 아들

Posted 2007/06/18 23:59,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나는 우리 아부지를 많이 닮았다. 닮고 싶지 않은 것도 많은데 남들은 천상 부자지간이랜다.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다. 그리고 소심하다. 오늘은 간만에 족발에 소주 한 잔 기울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도원에 간 동생 이야기를 하며 온 식구가 눈물을 죽죽 짜냈다. 한참을 펑펑 쏟아내고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다. 그래, 지금 우리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나다. 나라도 기운내야하지 않겠나. 야밤에 담배 한 개비 훌쩍훌쩍 피워대고 있자니 눈물먹은 별도 별사탕같더라. 아부지의 등짝을 냅다 치면서 "에구, 울아부지 왜이렇게 약해요"했더니 또 울먹이시며 "지는?! 지도 강한 척 하면서..."라며 벌개진 두 눈으로 쏘아보셨다.

언제부터인가 울아빠, 울아부지, 우리 아버지의 어깨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과 세상에서 제일 여린 사람의 괴리를 어느새 해소해버린 존재. 그 곁에서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나보다. 울아부지 소원대로 이제 딸자식 노릇 좀 해봐야겠다. 설령 내게 성정체성의 혼란이 올지언정... (아직도 울아부지는 "애교는 딸이 부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근데 왜 내게 그런 것을 바라시는고...)
2007/06/18 23:59 2007/06/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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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들 같은 딸

    Tracked from 농우령고개 2007/06/19 14:07 Delete

    날때부터 수상했다 이놈. 어쩌면 어릴때 모습이 제 아빠를 쏙 빼다 박았는지 여자아이라고 보는 사람이 없었다. 날 닮았으니 이쁘기는 했지만...8개월째 되던 달 부터는 벌써 뛰어다니기 시작..

  1. # 진갈매™ 2007/06/19 10:20 Delete Reply

    넥스트의 노래 한 곡 추천!!
    "아버지와 나"..
    힘 내세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잖아요.

    1. Re: # 올돌이 2007/06/29 21:48 Delete

      고맙습니다.
      아.. 그 노래, 간만에 찾아서 들어봐야겠어요. ^^

  2. # mummy 2007/06/19 13:13 Delete Reply

    이제 딸노릇도 하고 아들 노릇도 하셔야겠네요...
    그나저나 올돌이님댁에서는 수도원에 들어간 동생분이 가장 강인한 사람이 아닐런지...

    1. Re: # 올돌이 2007/06/29 21:48 Delete

      인정합니다;;; 제 동생이 제일 강해요.
      다른 식구들에 비하면... 허허허..

  3. # 농우 2007/06/19 14:08 Delete Reply

    눈물나는 이야기로군요...읽다가 보니 모든 자식들 생각이 다 비슷한가 합니다...제목이 묘하게 비슷한 글 하나 던져놓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1. Re: # 올돌이 2007/06/29 21:51 Delete

      걸린 글, 잘 보았습니다.
      요즘 리더기로 읽기만 하고 통 답글도 못달고 있네요... 농우님 소식은 미투데이에서도 잘 보고 있습니다. ^^

  4. # solsol 2008/02/16 16:03 Delete Reply

    잘 보고 가요.
    짧은 글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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