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탐구생활"의 묘미를 모른다. 지난 겨울방학 보충수업 때 어찌하다 방학숙제 얘기가 나왔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방학 숙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꼬옥 방학숙제를 내준다.쩝.) 그러다 녀석들이 탐구생활을 모른다는걸 알게 되었다. 언제 사라졌나싶어 찾아봤더니 1998년이 마지막이었다는군.
내가 초등학생일 때, 방학 숙제는 크게 3가지였다. 탐구생활, 만들기, 그리고 일기. 탐구생활은 말 그대로 탐구생활 교재를 다 풀어가는 것이었고, 일기는 방학 동안 쓴 걸 검사받는 것이었는데 언제나 '만들기'가 문제였다. 일단 뭘 만들건지도 결정해야했지만 잘 만들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수수깡으로 대충 만들거나 탐구생활에 나온 것 중에서 쉬운 걸 골라서 대강 만들어 내곤 했다. 물론 일기는 몰아서, 탐구생활은 재밌는건 방학식 하는 도중에 다 해버리고, 남은건 개학식날 아침에 학교에서 친구꺼 보고 베끼고... 뭐 다들 그렇게 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내가 아는 후배 역시 영 손재주가 없어서 언제나 '만들기' 숙제가 고민이었단다. 언젠가는 방학숙제 때문에 하도 머리를 쥐어짜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도와주셨단다. "찰흙 좀 사온나." 어머니의 명을 받들어 고운 찰흙을 사왔다. 후배의 어머니께선 정성스레 찰흙을 빚어 재떨이를 만들어주셨단다. 다 만들고 말리고나니 꽤나 그럴듯해서 색칠까지 했단다. 지점토도 아니고 찰흙인데 색칠을 했단다. 아무튼 굉장히 예쁘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방학숙제를 제출했더니 덜컥 상을 받게 되었단다.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국민학생'일 때는 방학숙제를 잘해가면 상을 주곤 했다. 나는 그 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엄마를 자랑스럽게 또는 고맙게 생각했을텐데 그 후배는 남달랐다. 녀석은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훗, 엄마도 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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