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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3 교실 개그 (실화) (1)
  2. 2008/11/30 쎈 척 하기
  3. 2008/10/14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4. 2008/09/24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1)
  5. 2008/09/01 담임이 된다는 것 (4)
  6. 2008/07/31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 결과 (1)
  7. 2008/07/15 난 아직 젊다
  8. 2008/07/08 어둠을 밝히는 빛
  9. 2008/06/25 여름 (2)
  10. 2008/06/08 자랑스러운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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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개그 (실화)

Posted 2008/12/03 12:0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라는 속담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아침에 엄마한테 혼나고 선생님한테 짜증내다가 한 대 맞고 친구들한테 화풀이하고 집에 가서 동생 발로 차는 애가 있었어. 이럴 때 하는 말은?"

교실 뒷쪽 구석자리에서 우렁차게 대답하는 남학생.

"병신."


한참 목이 터져라 설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터져나오는 소리.
"선생님! 얘, 코 파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17세)이 짝궁을 일러바치는 소리.)


이청준의 작품을 설명하던 중, 서편제 이야기가 나왔다.
"서편제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한이 담긴 소리를 하게 만드려고 약을 먹이잖아. 무슨 약이었지?"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대답들.
"사약!"
"농약!
"쥐약!"

급흥분하는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부자를 먹여서 눈이 멀게 된다는걸 설명하고 있었다.
"약 먹고 딸 눈이 어떻게 돼?"

맨 앞에 앉아있는 참하게 생긴 여학생 왈,
"(진지하고 순진무구하게) 눈이 풀렸어요?"

2008/12/03 12:06 2008/12/03 12:06

쎈 척 하기

Posted 2008/11/30 20:18,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아이들끼리 하는 말 중에 'SC'라는 게 있다. '쎈 척'의 줄임말이란다. 'GSC'도 있단다. SC의 강조형, '개 쎈 척'.

올해 처음 담임을 맡게 된 나는 입학식을 하던 3월의 시작부터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언제나 혼돈의 상태에 머물고 있다. 애초에 생각했던 담임의 모습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고,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교 생활에 익숙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낯선 미치광이의 모습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교사로서, 특히 '우리 담임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때로는 앞서가는 욕심 때문에, 때로는 섣부른 나의 판단 착오 때문에 종종 녀석들을 윽박지르게 된다. 권위는 스스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지만 내 앞에서 세상만사를 통달한 듯 까불어대는 녀석들에게 나는 그야말로 '쎈 척'할 수 밖에 없다.

담임으로서 확고한 학급운영방침을 세우지도 못했고, 그나마 학기 초에 어설프게 계획하고 약속했던 것들도 하나씩 무너지거나 변경하고 말았다.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이들에게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떳떳하지 못할 때가 너무도 많다.

가장 부끄러운 순간은 내 우유부단함을 아이들에게 들키기가 두려워서 억지로 확고한 신념과 결단력을 가진 듯 행동할 때이다. 담임이 된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보다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직책이다. 내 부족함이 아이들 앞에서 드러나보인다고 느낄 때, 나는 끔찍한 부끄러움을 맛본다.

쉴새없이 주어지는 업무와 다른 교사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많고, 헝클어진 마음을 정돈할 일말의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채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로, 지각한 아이들을 벌세우고, 야자 도망간 녀석들을 확인해야하고, 떠들다가 교무실로 불려온 녀석을 혼내고, 성적 때문에 울상이 된 아이를 달래며, 학급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들과 상담을 해야한다. 나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내 시간을 쓰고 싶지만 정작 내가 그들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에 불과 1시간도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오늘도 아이들은 웃고 떠든다.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멀뚱멀뚱 나를 보며 "왜요?"라고 되묻는 녀석. 그 옆에서 "왜요는 일본 담요지."라며 내가 전에 말해줬던 케케묵은 말장난을 써먹는 아이들.

그들 앞에서 나는 오늘도 GSC를 한다.
2008/11/30 20:18 2008/11/30 20:18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Posted 2008/10/14 20:10,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렇게 시행됩니다(Q&A)

교육과학기술부

Q1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란 무엇인가요?
◦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학습과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을 진단하는 평가로 “읽기․쓰기․기초수학”영역의 기초학력 도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입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급별로 주요단계(Key Stage)인 초6․중3․고1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교과의 교육과정 성취수준(우수/보통/기초/기초학력 미달)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입니다.

Q2 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하나요?
◦국가 수준 평가는 개별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여 책임지도 함으로써 학생들이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학력정보를 학생․학부모에게 제공하기 위한 평가입니다.
 ◦종전의 3~5% 표집집단을 대상으로 하던 평가방식은 국가에서 정책수립의 기초 자료로는 활용 가능하나, 학생․학부모가 바라는 객관적인 학력정보를 제공할 수가 없어 평가 대상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Q3 평가 결과는 어떻게 알려 주나요?
◦ 기초학력 진단평가(초3)는 영역 및 내용별(기초수학의 경우 수와 연산, 도형, 측정) 2단계(도달/미도달) 진단정보를,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별 4단계(우수/보통/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학업성취 수준 자료를 제공합니다.
 ◦ 단, 국가 수준 평가는 주요단계에서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측정하는 평가이므로 원점수, 평균, 석차 등 서열자료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Q4 평가 결과는 어떻게 활용하나요?
◦ 국가 수준에서는 학교․지역 간 학력차이 해소, 교육과정 개정 등의 정책 수립 및 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합니다.
◦ 학교 수준에서는 학생 개인의 객관적인 학력정보를 학생에게 제공하고, 학력 부진학생 책임지도를 위한 자료로 활용합니다.

Q5 평가 결과 공개는 어떻게 하나요?
◦ 평가결과는 교육정보 공개법에 따라 교과별 성취수준인 우수, 보통,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비율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 현재 제정 중인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서는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별로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6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학교가 성적순으로 서열화되지 않나요?
◦ 평가 결과는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만을 공개하고, 원점수 평균에 의한 학교 간 비교자료는 공개되지 않으므로  학교가 성적순으로 서열화되지 않습니다.

Q7 학력이 낮은 학생 및 학교는 어떻게 지원하나요?
◦ 국가에서는 보충지도를 자료 개발․보급하고, 대학생 보조 강사제 운영 및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학교에 대한 특별재정 지원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 또한, 학력 수준이 낮은 학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별로 우수 교원 배치, 우수사례 발굴․보급, 특별보충과정 운영 등을 강화할 것입니다.

Q8 외국에서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하나요?
◦ 외국에서도 주요 단계(Key Stage)별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영국에서는 7세, 11세, 13세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교육과정평가(NCA)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3~8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소학교 6, 중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학력고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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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20:10 2008/10/14 20:10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Posted 2008/09/24 01:3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월요일 아침, 어머니의 생일 축하 문자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에 끝난 축제 덕분에 이번주 역시 환타스틱한 반 분위기가 될 것을 예상하고 월요일 아침부터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케익에 촛불까지 켜놓고 내 주위에 빙 둘러선 채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폭죽도 터트렸고, 교탁 위에는 미리 접시에 담아둔 소담스런 간식거리들도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고마웠고, 평소에 잘하지 이런 걸로 환심사려 하는지 의구심도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 와중에 여전히 몇 몇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몇 몇은 진심어린 편지를 써주었으며, 몇 몇은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어리둥절했고, 혼란스러웠다. 괜히 뻘쭘해지고 영 어색해지기 시작해서 대강 교탁을 정리하는 척 했다. 뭔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정다운 이야기라도 나누어야할 것 같았지만 "고맙다, 정말."로 많은 말들을 대신했다. 귓가에 스쳐 들어온 또 다른 날카로운 이야기는 케익 속에 묻기로 했다. 어쨌든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케익까지 마련해주고, 노래도 불러준 녀석들...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져나온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복잡해진 마음으로 교무실로 돌아왔다.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아이들이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고마웠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없었다. 그 졸리운 중세문법을 끝.까.지. 설명했다.

쉬는 시간,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신문반 아이들이 찾아왔다. 교무실 밖으로 불러내길래 처음엔 축제 비용 정산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다.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지도 못했던 축하였다. 나는 소리 높여 고맙다고 말하며 한 사람씩 악수를 했다.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퇴근 후 여자친구를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후식을 즐겼다. 그녀가 손수 만든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내 귓가에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윽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예쁜 쿠키가 덧붙여진 생크림 무스케익의 살살 녹는 맛은 내 마음을 알알이 녹여주었다.

한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각에, 아버지께서 손수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어머니와 함께 축하 노래를 불러주셨다. 케익은 아버지와 어울리지 않게, 작고 귀여운 분홍빛 케익이었다.

케익을 네 번 먹었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배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생애 가장 정겨운 생일을 보냈다. 그 케익들 앞에서 나는 내 나이를 속으로 찬찬히 헤아려 보았다. 스물 아홉해를 사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제 큰 초 3개면 족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 덕분에 웃고, 아이들 때문에 울고, 아이들로 인해 내가 변화한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는 또 하루를 보냈다.

2008/09/24 01:36 2008/09/24 01:36

담임이 된다는 것

Posted 2008/09/01 14:24,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 사랑하는 주님.
날 도와 주소서.
큰 힘과 당신의 지혜 내려 주시어
자신들의 삶에 큰 관심 없는 이들의 가슴속에
내가 기쁨을 불러 일으키게 하소서.

당신의 인내와 당신의 겸손이 나의 마음에 항상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의 은총과 당신의 사랑이 나의 모든 언행을 주관하게 하소서.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사랑 없는 지식은 아무 힘 없나이다.
나를 통해 이들이 행복을 찾고
나도 언제나 그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교사의 기도' 조금 수정)

지난 금요일, 우리반 아이 한 명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전학을 갔다가 적응하지 못해 다시 우리반으로 오게 된 아이였는데 흡연 문제로 다른 선생님께 적발되었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운 건 아니었는데 다시 전학 온 이후, 나에게 잘지내겠다고 약속한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아이인지라 누차 다짐을 받았지만 결국 내 말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한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녀석의 계속된 거짓말은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고, 수십대 매를 때렸지만 마음의 불편함은 더욱 커졌다.

오늘 아침, 녀석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언성만 높이고 말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직 녀석과 조용히 대화할 자신이 없다. 치밀어오르는 내 마음을 우선 진정시켜놓고서야 무언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교사 역시 완전한 인간이 아니고, 아이들은 변하지 않는다던 다른 선배 교사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온 아이들이 나로 인해 변하기를 바란다는건 큰 욕심일 뿐이라는 말씀이셨다. 녀석을 포기할거냐는 물음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담배 한 대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가 예전에 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할 때 자주 부르던 저 노래가 생각났다. 나즈막히 혼자 읊조려보았다.

스르륵 눈물이 흘렀다.

인내와 겸손이 내 마음에 머무르고 있었는지, 내 모든 언행은 사랑으로 행해진 것이었는지...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라는 대목에서 그만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는 지독히도 많은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있었고,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담임이 된다는 것이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겠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지켜봐줄 조력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비가 그치면,
지금 나의 이 불편한 마음도 사그라들기를 빈다.

교사의 기도 全文

2008/09/01 14:24 2008/09/01 14:24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 결과

Posted 2008/07/31 01:37,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씨발.

좆 됐다.





2008/07/31 01:37 2008/07/31 01:37

난 아직 젊다

Posted 2008/07/15 13:23,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Q: “돈 걱정도 없으실 거 같고, 집도 좋고 부인과 아들도 잘 지내시고 걱정이 하나도 없으실 거 같아요. 선생님도 걱정거리가 있나요?”

A: 젊었을 때 얼마나 ×빠졌을까를 생각해 주세효. (이외수)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2008/07/15 13:23 2008/07/15 13:23

어둠을 밝히는 빛

Posted 2008/07/08 08:42,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이제 평일에는 집회가 없다고 했던가?
그 날,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본다.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2008/07/08 08:42 2008/07/08 08:42

여름

Posted 2008/06/25 20:01,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불쾌지수가 높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더워서 짜증, 기말고사가 얼마남지 않아서 짜증. 나는 나대로 일에 치여서 짜증, 애먹이는 녀석들 덕분에 짜증. 짜증과 짜증이 만나니 결국엔 벌컥 화가 나게 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강자'에 속하는 나는 '약자'에 속하는 녀석들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그래놓고 후회한다. 어설프게 마음을 풀다가 더 짜증나는 상황을 만든다.

업무는 업무대로, 수업은 수업대로, 담임은 담임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안 홧병이 났다. 체한 것이 일주일을 넘게 계속되는 것 같아서 한의원에 갔더니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요즘 신경쓰실 일 있으신가요?"
"지나치게 많죠."
"그래서 이런 겁니다."


희한하게도 온몸에 침을 맞은 지 불과 10여분만에 아프게 조여들던 가슴이 스윽 풀어졌다.

게으르게 지내는 것 같진 않은데 나는 요즘 늘 바쁘고, 늘 피곤하고, 늘 짜증내고, 늘 화를 참는다. 오늘도 한웅큼, 내 심장을 도려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 좋다는 말도 이젠 칭찬 같지 않다. 처음엔 그저 '내가 다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내가 조금 손해보면 되지뭐'라며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도 횟수가 거듭 될수록 견디기 힘들어진다. 나를 이용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서 기분도 매우 언짢아지곤 한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는 것과 가능하면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지내는 것 중에서 난 언제나 후자를 택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참 힘들고, 어렵고,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희미해져간다.

종례 시간에 치마가 짧다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나에게 버럭 화를 내던 녀석이 스윽 문자를 보내왔다.
"선생님, 종례시간에 버릇없게 말해서 죄송해요 요즘 자꾸 예민해져서... 치마는 내일까지 늘려올게요"


그래, 날이 더워서 이런 거겠지. 나도, 남들도, 우리 반 녀석들도 더워서 그런 거겠지.


#. 여친에게 저 문자 얘기를 해줬더니 "귀엽네~"라는 말 끝에 한 마디를 붙여준다.
"그래놓고 치마 안줄이고 그냥 학교가는 게 여학생들이지."
아하. 그렇구나. ㅠ_ㅠ
2008/06/25 20:01 2008/06/25 20:01

자랑스러운 후배

Posted 2008/06/08 01:09,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멋지다!! 이런 게 대학생이라고, 애들한테 말해줘야겠다.
2008/06/08 01:09 2008/06/08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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