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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8/19 영화로운 시절은 가고.. (2)

다시 봐도 떨리는 녀석들

Posted 2007/02/06 00:27,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 개학을 했다. 이번 주 목/금요일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고 진정한 새학기를 준비하며 잠깐 쉬게 된다. 근 한 달을 넘게 게으름을 피우던 나는 오늘 새벽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데에 꽤 애를 먹었다.

오래 쉬었던 탓인지 출석부를 챙겨서 교실로 들어가는데 조금 떨렸다. 방학은 잘 보냈는지, 다들 잘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나에게 던질까 싶어서 살짝 걱정도 되더라. 드르륵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녀석들은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들처럼 그 교실, 그 자리에 익숙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조금 길어진 머리털만이 방학이 있었음을 알려줄 뿐.

3학년 학생들은 졸업식날까지 학교를 오지 않아서 준비해둔 프린트물은 나눠주지 못했다. 2학년 녀석들에게는 김용택, 이성복 두 시인의 작품 한 편씩을 읽어줄 생각으로 시집 두 권을 챙겨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을 진정(!)시키는 데에만 10분이 넘게 걸렸고 이 녀석들을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묵묵히 칠판에 시 한 편을 적어 나갔다. 왁자지껄한 와중에 나는 기어이 끝까지 써내려갔고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한 글자씩 읽어나갔다. 앞에 앉아있던 두 세 명의 학생들 말고는 거의 들은 사람이 없으리라. 좀 더 준비해가지 않은 것도 잘못이었고, 그 동안 "선생님"이라기보다 "형"이나 "오빠"처럼 여겨졌던 것도 문제였고, 교과서도 시험도 없는 무한 자유의 시간에 나 혼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녀석들은 들은 척 만 척 다들 딴 짓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으이구!" 소리를 내며 칠판을 지우는데 앞에 있던 남학생 한 명이 물었다. "샘, 근데 그 시 작가가 누구에요?" 평소 수업도 열심히 안듣던 녀석이고, 오늘은 며칠 전에 한 포경수술 이야기를 하느라 한껏 수줍어하던 녀석이었던지라 더 반가웠다. 그래도 아무도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는 생각에 그 정도면 됐다, 싶었다.

올해 3학년을 가르치지 말라는 녀석들과 꼭 3학년으로 오라는 녀석들이 있었다. 이러든지 저러든지 문학 선생님 따위 관심없다는 녀석들이 태반이었지만 어쨌든 나와 함께 다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생각보다 꽤 있어서 내심 놀랬다. 내가 만만해서 그런건 아니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해본다. 3학년 첫 수업시간에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며 몇 몇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울분을 토하겠지만 어쩌겠나.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더 한층 느끼한 미소로 응답해주고 싶어지는 것을...

내일은 다른 반에서 같은 시를 읽어주게 되는데 걱정이다. 영상이라도 조금 준비할 걸 그랬나보다. 애초에 녀석들을 조용히 시킨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아이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 수 있다는건 아직은 내게 무리인가보다. 짜식들, 썰렁한 얘기하면 자다가도 다 들으면서... 수요일은 마지막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기타를 가져가볼까 한다. 레파토리를 몇 개 준비해야한다. 작년 말부터 대학로 아저씨의 노래를 연습하긴 했는데 아이들 앞에서 하긴 무리일 것 같다. 웃찾사의 Voice four men 이랑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정도는 무난하게 할 것 같은데 또 모르지... 뭘 하든 나만 재미있는 시간이겠지만 그래도 좋다. 지난 번에도 최소한 한 두 명은 따라불렀으니까. ^^;

시간 참 잘 갔다. 이래저래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기분좋은 출발이다. 여자친구는 두 말할 나위 없고, 집안 일도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한 뼘쯤 즐거워지는 것 같다. 행복한 일이다.



+ 참,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기쁜 소식 전합니다.
임용확정됐습니다. "정교사 올돌이"라 불러주세요. ^_____________^
2007/02/06 00:27 2007/02/06 00:27

영화로운 시절은 가고..

Posted 2006/08/19 22:43,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평균 수면 시간 10시간, 일주일 평균 외출 일수 2일의 황금같은 게으름을 마구 부리던 방학이 오늘부로 끝났다. 하마터면 카풀해주시는 선생님 차를 놓칠뻔한 아침, 그렇게 새 학기의 첫날을 맞이했다.

창틀을 새로 바꾼 학교는 말끔해 보였다. 창틀 하나 바꿨을 뿐인데 교무실도 부쩍 넓어보이고 학교 전체가 번듯해 보였다. 창틀 바꾸기 전에 비 새는 곳이나 좀 고쳐주지.. ㅡ_ㅡ;

교무실 내 책상은 언제나처럼 살짜쿵 어지러운 상태. 정리 좀 하고, 책상 좀 닦고, 교무실 여기저기에 놓여있던 짐들도 치우다보니 직원회의 시간. 부장 선생님의 엄명(!) 받들어 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동네방네 활개치고 다니는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다녔다. (사실 같은 이야기만 매번 반복되는 회의는 그닥 반갑지 않은터라 부장샘의 말씀이 어찌나 반갑던지. 후후..)

전교가 떠들썩했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복도에 우르르 몰려서 동네방네 고함지르는 녀석들, 산으로 들로 쏘다니던 버릇이 아직 남았는지 온 교실을 헤매고 다니는 녀석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건들건들 돌아다니는 녀석들, 미처 감추지 못한 물들인 머리털들, 애써 묶었지만 한눈에 표시나는 파마머리들, 반짝이는 귀걸이와 반지들...

토요일이 개학이라고 하길래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오히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예기간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적어도 다음 주에는 "이제 방학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테니까.

복도를 지나가다 방학 잘보냈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녀석이 있었다. 웃으며 "히야, 이제 니들도 좋은 시절 다~ 끝나서 어쩌냐? 월요일부터 야자도 바로 시작인데..."라고 농을 걸었다. 녀석의 대답이 의외였다. "아뇨, 사실 학교오고 싶었어요. 집에 있으면 맨날 잔소리만 듣고, 애들도 보고싶고."

"이놈아, 학교에 애들보러 오냐!"라고 짐짓 호통치긴 했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한껏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실컷 오락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녔지만 한켠에서 은근슬쩍 녀석들이 보고싶어지더라. 담임을 맡은 것도 아닌데 수업 듣던 녀석들은 방학 때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자, 2학기 시작이다! 비록 수업준비는 다 못끝냈지만; 보충수업준비도 아직 한참 남았지만;;; 코 앞에 닥친 축제 준비도 거의 해둔게 없지만;;;;;;; 그래도 즐거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2006/08/19 22:43 2006/08/19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