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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04 연애와 결혼 (4)

연애와 결혼

Posted 2006/01/04 11:53,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나의 첫사랑은 지독하게 아팠다. 다시 그렇게 살아보라면 머리부터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그렇게 한 번 사랑해보았노라고 의미심장하게 웃어줄 수는 있다. 내게 첫사랑은 트라우마였다고 농담삼아 지껄이는 요즘이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섬뜩해지곤 한다. 정말 트라우마로 남은걸까.

작년 연말부터 '연애 못해서 환장한 사람'처럼 여기저기 오버하고 다녔다. 오죽 했으면 내 친구 녀석이 새해인사랍시고 "솔로탈출에 연연해하지 말고" 따위의 말을 건넸을까. 확실히 농담도 지나치면 인격을 좀먹는 것 같다. 이제 좀 자제해야지...

요즘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다. 물론 '그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난 갈피를 못잡겠다. "뭔가 끌리는 그 무엇'이 있어야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냥 이 사람이랑 연애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 만으로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인지. 딱히 싫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도 아닌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엊그제 소개팅도 한 번 했는데 이젠 그런 자리가 불편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낯선 여자와 만나서 어색한 침묵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지 조잘대고 재미있는 척을 하면서 일주일치 식비를 한 번의 저녁식사로 축내야 하는 일"말이다. 소개팅이 끝나고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를 하네마네 하며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일도 예전 같으면야 스릴을 만끽하며 즐겼을 테지만 이젠 다 귀찮다.

친구들이 "임마, 니가 그러니까 애인이 없는거야"라고 면박을 주긴 하는데, 글쎄... 아직도 나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 않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인 것을.

점점 임용시험 결과발표날은 다가오고 있는데 막상 준비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하루하루가 쓸쓸하다.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시험 앞에서 인간의 욕심을 드러내는 나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 새해랍시고 친구와 함께 동사무소 헬스장에 다니고 있는데 이거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매일 열심히 살다보면 문득 눈 앞에 나타나던 게 연인이란 사실을 나는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지금 나의 문제는 "애인없음"이 아니라 "대책없음"이리라. 빨리 결과가 발표됐으면 좋겠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요즘이다.
2006/01/04 11:53 2006/01/04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