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고등학교'

57 POSTS

  1. 2008/12/03 교실 개그 (실화) (1)
  2. 2008/09/24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1)
  3. 2008/09/01 담임이 된다는 것 (4)
  4. 2007/09/13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1)
  5. 2007/07/19 여름방학 준비 (1)
  6. 2007/07/10 학생부로 와서 불어! (3)
  7. 2007/04/26 평등하게 바라보기 (6)
  8. 2007/04/11 멀티미디어 수업에 대한 고민
  9. 2007/03/26 내 나이가 그렇게도 궁금하더냐 (11)
  10. 2007/03/19 수업의 법칙

교실 개그 (실화)

Posted 2008/12/03 12:0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라는 속담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아침에 엄마한테 혼나고 선생님한테 짜증내다가 한 대 맞고 친구들한테 화풀이하고 집에 가서 동생 발로 차는 애가 있었어. 이럴 때 하는 말은?"

교실 뒷쪽 구석자리에서 우렁차게 대답하는 남학생.

"병신."


한참 목이 터져라 설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터져나오는 소리.
"선생님! 얘, 코 파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17세)이 짝궁을 일러바치는 소리.)


이청준의 작품을 설명하던 중, 서편제 이야기가 나왔다.
"서편제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한이 담긴 소리를 하게 만드려고 약을 먹이잖아. 무슨 약이었지?"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대답들.
"사약!"
"농약!
"쥐약!"

급흥분하는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부자를 먹여서 눈이 멀게 된다는걸 설명하고 있었다.
"약 먹고 딸 눈이 어떻게 돼?"

맨 앞에 앉아있는 참하게 생긴 여학생 왈,
"(진지하고 순진무구하게) 눈이 풀렸어요?"

2008/12/03 12:06 2008/12/03 12:06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Posted 2008/09/24 01:3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월요일 아침, 어머니의 생일 축하 문자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에 끝난 축제 덕분에 이번주 역시 환타스틱한 반 분위기가 될 것을 예상하고 월요일 아침부터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케익에 촛불까지 켜놓고 내 주위에 빙 둘러선 채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폭죽도 터트렸고, 교탁 위에는 미리 접시에 담아둔 소담스런 간식거리들도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고마웠고, 평소에 잘하지 이런 걸로 환심사려 하는지 의구심도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 와중에 여전히 몇 몇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몇 몇은 진심어린 편지를 써주었으며, 몇 몇은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어리둥절했고, 혼란스러웠다. 괜히 뻘쭘해지고 영 어색해지기 시작해서 대강 교탁을 정리하는 척 했다. 뭔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정다운 이야기라도 나누어야할 것 같았지만 "고맙다, 정말."로 많은 말들을 대신했다. 귓가에 스쳐 들어온 또 다른 날카로운 이야기는 케익 속에 묻기로 했다. 어쨌든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케익까지 마련해주고, 노래도 불러준 녀석들...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져나온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복잡해진 마음으로 교무실로 돌아왔다.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아이들이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고마웠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없었다. 그 졸리운 중세문법을 끝.까.지. 설명했다.

쉬는 시간,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신문반 아이들이 찾아왔다. 교무실 밖으로 불러내길래 처음엔 축제 비용 정산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다.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지도 못했던 축하였다. 나는 소리 높여 고맙다고 말하며 한 사람씩 악수를 했다.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퇴근 후 여자친구를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후식을 즐겼다. 그녀가 손수 만든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내 귓가에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윽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예쁜 쿠키가 덧붙여진 생크림 무스케익의 살살 녹는 맛은 내 마음을 알알이 녹여주었다.

한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각에, 아버지께서 손수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어머니와 함께 축하 노래를 불러주셨다. 케익은 아버지와 어울리지 않게, 작고 귀여운 분홍빛 케익이었다.

케익을 네 번 먹었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배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생애 가장 정겨운 생일을 보냈다. 그 케익들 앞에서 나는 내 나이를 속으로 찬찬히 헤아려 보았다. 스물 아홉해를 사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제 큰 초 3개면 족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 덕분에 웃고, 아이들 때문에 울고, 아이들로 인해 내가 변화한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는 또 하루를 보냈다.

2008/09/24 01:36 2008/09/24 01:36

담임이 된다는 것

Posted 2008/09/01 14:24,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 사랑하는 주님.
날 도와 주소서.
큰 힘과 당신의 지혜 내려 주시어
자신들의 삶에 큰 관심 없는 이들의 가슴속에
내가 기쁨을 불러 일으키게 하소서.

당신의 인내와 당신의 겸손이 나의 마음에 항상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의 은총과 당신의 사랑이 나의 모든 언행을 주관하게 하소서.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사랑 없는 지식은 아무 힘 없나이다.
나를 통해 이들이 행복을 찾고
나도 언제나 그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교사의 기도' 조금 수정)

지난 금요일, 우리반 아이 한 명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전학을 갔다가 적응하지 못해 다시 우리반으로 오게 된 아이였는데 흡연 문제로 다른 선생님께 적발되었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운 건 아니었는데 다시 전학 온 이후, 나에게 잘지내겠다고 약속한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아이인지라 누차 다짐을 받았지만 결국 내 말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한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녀석의 계속된 거짓말은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고, 수십대 매를 때렸지만 마음의 불편함은 더욱 커졌다.

오늘 아침, 녀석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언성만 높이고 말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직 녀석과 조용히 대화할 자신이 없다. 치밀어오르는 내 마음을 우선 진정시켜놓고서야 무언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교사 역시 완전한 인간이 아니고, 아이들은 변하지 않는다던 다른 선배 교사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온 아이들이 나로 인해 변하기를 바란다는건 큰 욕심일 뿐이라는 말씀이셨다. 녀석을 포기할거냐는 물음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담배 한 대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가 예전에 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할 때 자주 부르던 저 노래가 생각났다. 나즈막히 혼자 읊조려보았다.

스르륵 눈물이 흘렀다.

인내와 겸손이 내 마음에 머무르고 있었는지, 내 모든 언행은 사랑으로 행해진 것이었는지...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라는 대목에서 그만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는 지독히도 많은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있었고,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담임이 된다는 것이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겠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지켜봐줄 조력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비가 그치면,
지금 나의 이 불편한 마음도 사그라들기를 빈다.

교사의 기도 全文

2008/09/01 14:24 2008/09/01 14:24

지난 월요일부터 열흘간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그 반 담임 선생님의 개인 사정으로 같은 부서인 내가 잠시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정식 담임이 아닌데도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쓰인다.

반 아이 중에 한 명이 이틀 동안 무단결석을 하더니 오늘 오전에 스르륵 교무실에 나타났다.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가슴도 먹먹해지더라. 아버지의 술주정 때문에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단다. 어머니는 보험설계사로 일하시는데 직장암 3기... 수술은 했는데 여전히 힘들어 하시고 가정 형편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으로 참 어려운 상태. 무엇보다 가슴 아픈건 이 아이가 학교를 나오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친구 문제 때문이라는 점이다.

수업도 들어가지 않는 반이라 어떤 아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교무실에서 잠깐 이야기를 해본 것만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고, 자신이 원하는 친구의 모습이 확고한 면이 있는데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할만큼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언젠가부터 자신과 어울리는 아이들이 점점 사라져갔고 (본인은 처음에 같이 놀던 아이들이 소위 '노는 학생들'이라서 좀 멀리했는데 그 때즈음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요새는 학교에 와도 하루종일 말한마디 편하게 나눌 친구가 없다고 했다.

반 학생들 중에서 조용한 아이 한 명과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길래 우선 그 아이와 좀 더 친해져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직업전문학교로 전학갈 생각도 하고 있단다.) 결석이 많은 건 좋지 않으니 힘들더라도 일단 학교는 나와서 정규수업은 듣고 가라고 했다.

쉬는 시간 틈틈이 교실에 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내려왔는데 5교시 끝나고 가보니 이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애들 말로는 점심만 먹고 가버렸다고 한다. 또 며칠 동안은 학교에 나오지 않겠지.. 후아..

내년에는 담임을 맡을 생각인데, "교사의 꽃은 담임"이라는 말을 이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나는 어디까지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을까. 이런 아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적어도 어린 새들만큼은 내 가시에 찔려 날아가지 않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겠다.
2007/09/13 18:01 2007/09/13 18:01

여름방학 준비

Posted 2007/07/19 22:0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이번주 금요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여름방학은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다. 방학식 후 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2주간 보충수업을 하고, 학교신문을 만들어야하고, 일직근무를 하고, 1박 2일간 학생회 간부수련회에 다녀오고, 방학 중 연합교외생활지도에 참석해야한다. 참, 7월말부터 논술 관련 원격 연수도 받는구나. 실질적인 휴식 기간은 약 5일 정도.

이번 보충수업을 위해서 특별한 교재를 준비했다. 작년에 사회과 선생님이 직접 수업해보고 꽤 반응이 좋았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무턱대고 도전한 그것. 바로 비문학 1000문제 풀이! 각종 기출 문제와 온갖 문제들을 이리저리 모아서 겨우 1000문제를 완성했다. 오늘 새벽에서야 편집을 끝냈는데 이제 한동안은 모니터만 봐도 속이 울렁거릴 것 같다. (과목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도전인 것 같기도 하고... ㅜ_ㅜ)

언어영역 중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3학년용 교재인데 대략 300쪽 정도 분량이다. 학교 앞 복사집에 맡길 예정인데 권당 9500원 정도에 만들어준댄다.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는데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자뭇 궁금해진다. 편집할 때는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만들어 놓고 보니 뿌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끝까지 다 풀고 나면 그때에야 비로소 참된 기쁨을 맛보겠지만. ^^

어째 학기중보다 훨씬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내가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는 사실에 작은 기쁨을 느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참 즐거운 사람이 될 것 같다.

방학이 시작되면 블로그도 좀 돌보고, 데이트도 좀 하고, 친구들도 좀 만나봐야지. 학생 때 맞이하는 방학보다 교사가 되어서 맞이하는 방학이 몇 배는 더 즐거운 것 같다. 헤헤.. ^^;
2007/07/19 22:09 2007/07/19 22:09

학생부로 와서 불어!

Posted 2007/07/10 08:23,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요즘 우리 학교 학생부에서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남여 학생 십여명이 주욱 줄을 서서 손가락 하나 정도만한 종이 막대를 하나씩 들고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흡.연.측.정!

얼마전 학교에서 흡연측정기를 한 대 장만했다. 종이막대(마우스피스)를 끼우고 숨을 한 번 크게 훅~ 불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표시되어 흡연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대상 학생은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려서 처벌받은 적이 있는 학생과 금연을 신청한 학생인데 매일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한 번씩 '불고' 간다.

확실히 흡연측정기를 구입한 뒤로 학생부 선생님들이 금연 지도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는 "너, 담배 피웠지?"라고 윽박지르는 게 전부였으나 요즘은 큰 소리낼 필요도 없다. "한 번 불어 보고 가라." 이 한 마디면 끝. 안 피운 학생은 안 피운 학생대로 억울하게 취조(?!)당하지 않아서 좋고, 피운 학생들은 피운 학생들대로 발뺌할 수 없어서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제품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자기 예상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억울하다고 난리를 치던 녀석들도 매일 수치를 확인하다보니 수긍을 하고 실제로 담배도 덜 피우게 된다. 수치를 떨어뜨리려면 은단을 먹고 불면 된다는 둥, 우유를 마시면 된다는 둥 희한한 소리를 헤대길래 혹시나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그런 질문들이 꽤 올라와 있더라. (흡연측정기 안걸리는 법) 답변이랍시고 달려있는 것들 중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우욱 불어야하기 때문에 숨을 참고 내뱉기도 힘들고, 음식이나 기타 다른 섭취물 때문에 수치에 영향을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기계 1대가 2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기왕 구입한 거, 학생들이 금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실 발뺌을 할 수가 없으므로 끊지 않고는 못배김. 월요일 아침에 수치가 특히 높은 학생에게 주말에 몇 대 피웠느냐고 물어보면 99% 1대 이상 피웠다고 한다. 내가 학생이면 차라리 안피우고 말겠다. 후덜덜;;;)
2007/07/10 08:23 2007/07/10 08:23

평등하게 바라보기

Posted 2007/04/26 10:2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음식이라는 것은 만드는 사람의 실력은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맛을 보는데는 차이가 없다. 그렇게 평등한 것이 맛이야!
그러니 앞으로는 음식에 대해서 나는 물론이고 저 끝의 생각시까지
모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여 서로 자극을 주고 발전하도록 하라!
모두들 노력하여 실력을 쌓는 사람에게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기회를 줄 것이다. 알았느냐?

- 정상궁 마마님, <대장금>

정상궁 마마님의 가르침이 새롭게 다가온 요즘이다. 학교성적이라는 것은 부모의 재력과 관심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학생 개인의 인격적 성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히고 곧이어 질 나쁜 아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질 수 없고 그닥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더욱 악화되고 있을 뿐...)

한 반에 약 35명씩 학 학년에 10개반, 대략 400여명 되는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제시할 수 있는 잣대는 무엇인가.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아이들이 서로에게 자극받고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을 나는 찾아낼 수 있을까. 결국 "아름답게 살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일까.

3월초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 녀석은 이제 교무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생각이 없는건지, 생각하기를 싫어하는지 모를 그 녀석을 보며 나는 처음부터 나도 모르는 낙인을 찍고 있었나보다. 매 수업 때마다 그 녀석을 보며 참 많이 참고 있다. 아마 나에게 듣는 잔소리와 비슷한 잔소리를 하루에도 수백번씩 듣고 있을게다. 그걸 생각하면 어떻게든 또 녀석을 달래서 책을 펴고 필기구를 손에 쥐게 만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옆 반의 한 녀석도 유난히 튀는 녀석이 있는데 내가 몇 마디 답해주는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좀 꺼리는 표정을 짓더라도 부러 가끔은 그 녀석에게 질문을 해본다. 안드로메다 성인의 말도 그 녀석의 말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긴 해도 씨익 한 번 웃어준다. "그래, 네 말도 맞긴 한데 그건 좀 아니다, 임마." 그래도 좋~단다. 녀석은 내 보충 수업 때도 실컷 노는 줄 알았는데 다음 번에 또 내 수업을 듣겠단다. 좋아해야할지, 걱정을 해야할지...

요즘 녀석들이 책을 펴고 꽤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나로선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또 하나, 그 중 한 녀석의 글씨가 정말 멋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잘쓰더라. "이 녀석이 보긴 이래도 글씨는 장난 아니게 잘써. 알아?"라고 반 아이들에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무덤덤했지만 녀석은 꽤 기분이 좋았나보더라.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한 시선을 나누어줄 수 있는 것, 아니 나누어야 하는 것이 교사가 가져야할 책임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득 내 눈빛 하나에 울고 웃는 녀석들을 보면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지만 그 녀석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 작은 빛이 날 때, 내 가슴에도 살짝 따스한 기운이 스민다.

이제 좀 봄이 오려나 보다.
오늘도 그 녀석은 되게 졸게 생겼다.
날씨 참 좋다...

+ 여친이 대장금을 참 좋아한다. 대본을 구해서 읽을 정도인지라 나도 다시 읽어보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2007/04/26 10:29 2007/04/26 10:29

멀티미디어 수업에 대한 고민

Posted 2007/04/11 14:28,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우리 학교에는 각 교실마다 커다란 PDP 텔레비전이 있다. 선생님들에겐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수업중 언제라도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바글바글한 교실에서 분필 가루 휘날리던 수업만 기억하고 있는 나는 요즘의 학교 수업 환경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런 흥미는 옛 교실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뿐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며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고 PC방에서 친목을 다지는 요즘 아이들에겐 그저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영화자료, 플래시자료를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제각각이다. 재미있다는 녀석, 지루하다는 녀석... 결국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느냐는 게 문제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교과서에 담기는 순간, 아이들은 어렵고 지루하고 싱겁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며칠전 우연히 보게 된 뉴스 기사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내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교육학의 여러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차이를 감안한다할지라도 "효과적인 수업"에 대해서 나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뉴스에 대해서 다른 선생님이 해주신 말을 되씹어 보면서 나는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알맹이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봐야겠다.

"강의법도 아주 훌륭한 교수법이야. 정신없이 웃고 떠들면서 들었는데 끝나고 나면 알맹이만 쏙쏙 기억나게 하는 강의가 있고, 화려한 자료를 다 보여주지만 졸리기만 하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강의가 있지..."
2007/04/11 14:28 2007/04/11 14:28

새학기가 시작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어느새 익숙해진 1학년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가다가 순한 웃음을 마주대하면 괜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환해집니다. (1학년 아이들이 제일 인사를 잘합니다. 3학년 녀석들 중에는 끝까지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런 녀석들은 붙잡고 때려줍니다.)

1학년 아이들도 이제 드.디.어. 제 나이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대답은 작년과 토씨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나이, 방년 26세. 대학 때 공부를 잘해서 조기졸업했다."

남교사 중에 가장 막내라는 사실은 때로는 약으로, 때로는 독으로 작용하더군요. 친근함과 함께 "말 통하는 우리 선생님"이 되는가하면 "형뻘되는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저와 10살 이상 차이나는 녀석들에게 그들만의 용어를 섞은 유머가 통하는걸 보면 아직은 소통이 가능한가봅니다. 교무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선생님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한 발짝 다가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건 새로운 값진 경험입니다. 다만 녀석들의 이런 "친근함"이 정신적인 미성숙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일말의 염려가 남긴 하네요.

오늘도 26살 꽃다운 국어샘은 잘생긴 외모와 팽팽한 피부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녀석들은 고래고래 아우성을 쳤습니다. 따뜻한 봄햇살이 슬금슬금 교실에도 비춰옵니다.



+ me2day 초대장이 생겼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름, 이메일주소, 오픈아이디를 댓글에 남겨주세요. (익숙한 분들께 먼저 드리겠습니다.)
2007/03/26 20:27 2007/03/26 20:27

수업의 법칙

Posted 2007/03/19 18:2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수업준비를 열심히 해가는 날에는 50분이 후딱 간다.
수업준비를 덜 해가는 날에는 5분이 1시간 같다.
슬쩍 던진 농담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면 신이 난다.
웃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을 때면 진이 빠진다.
기분 좋은 날엔 막 나가는 농담도 그닥 거슬리지 않는다.
기분 나쁜 날엔 아무 말도 아닌데 귀에 박힌다.
3학년 녀석들이야 이젠 능구렁이들이라서 수업 자체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 수능 언어영역에 대한 압박이 훨씬 거대하긴 하지만 그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문제는 1학년 수업이다. 교사용 지도서의 안내만으로는 활동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가 벅차고, 막상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작은 활동 하나에도 큰 용기(!)와 적지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졸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내 수업이 재미없냐?"라고 물어보는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잡담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수업이 재미있는건 아니라는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결국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이는 "왜 가르쳐야하는가?"부터 고민해봐야한다고 하지만 학기가 시작된 지금,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한 수업 목적에 대한 고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지금 몇 가지 생각해둔 게 있긴 한데 생각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1학년은 입시 부담도 적은 편이고 아이들도 순진해서 다양한 활동수업에 대해 욕심이 생긴다. 2학년만 되어도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기엔 부담스럽더라. "선생님, 그거 수능에 나와요?"라는 질문이 녀석들의 입에서 먼저 던져지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하거나 나만의 수업을 이해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의 시간을 이용해서 몇 가지를 시도해보고, 2학기 때 본격적인 활동을 해볼까 생각중이다. 이번 주에 해보려고 계획 중인 것도 몇 개 있는데 아직 반별 특성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서 자신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해볼까 고민해보는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아이들의 졸린 눈보다 웃으며 빛내는 눈동자를 기대한다. 50분 동안의 수업을 끝내고 나오면서 가슴 가득 흐뭇해지는 짜릿함은 교사라는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값진 매력인 것 같다.

바쁜 한 달이지만 가벼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무거운 고민만큼 내 수업은 한결 가벼워지길 빌면서...
2007/03/19 18:26 2007/03/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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