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고등학생'

5 POSTS

  1. 2006/11/17 장남의 마음 (3)
  2. 2006/09/19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2)
  3. 2006/08/24 아이들을 바라보다 (3)
  4. 2006/07/14 마지막 수업은 기타와 함께 (4)
  5. 2006/07/05 Rock & Flower (12)

장남의 마음

Posted 2006/11/17 22:55,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대뜸 "어제 감독하셨죠? 어떠셨어요?"라고 묻는다. 연이어 "동생은 잘 봤대요?"라고 물어보는 녀석도 있다. 고맙고 귀여운 녀석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당(?)받은건 동생줬다고 했더니 앞쪽에 있던 한 아이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휴... 그래도 하루 종일 고생해서 받은건데 왜 동생 줬어요..." 내 생각 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아이가 툭 던지는 한 마디.

"야, 그런 게 장남의 마음이야."

그래도 아까운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와 장남의 마음은 다 그렇다며 옥신각신하는 두 녀석을 보며 나는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너희들 차례야, 이 녀석들아~"라는 말에 "우~"하는 아이들.

탁한 교실 안으로 햇살 한 줄기 내비치고 있는데 어떻게든 수업시간을 띵겨보려는1 아이들을 어르고 윽박지르며 문학책을 펼쳤다. 김소월은 사랑하던 사람의 이름을 죽도록 부르고 있는데 나는 조용히 하고 진도 좀 나가자고 죽도록 울부짖었다.

  1. 띵기다 [동] 어떻게 해서든지 수업안하고 놀아보려고 하다 [Back]
2006/11/17 22:55 2006/11/17 22:55

추석 연휴 직후,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중고등학생 때 연휴 앞뒤로 시험기간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미치도록 싫었는데 교사가 되고 보니 살짝 좋아지려고 한다. 녀석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

시험 문제 출제는 끝냈는데 이번 학기에 급작스레 맡게 된 논술 보충 수업이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그나마 모인 녀석들이 꽤 열의를 갖고 있어서 뭔가 더 알차게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울 때가 많다. 준비시간이 좀 넉넉했다면 조금은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을텐데... 아무튼 조만간 논술협의회가 있다고 하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고사가 다가오고, 수행평가도 해야하고, 진도도 빠듯한 나로서는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녀석들은 지들 시험이 코 앞인데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지나치게 자유로워진 수업 분위기. 애들이 많이 조는 것 같아서 잠깐 딴 얘기 했다가 진정시키는데 애를 먹었다. 조용히 시킨답시고 나 혼자 설명을 좀 했더니만 또 다 자버린다. 어휴, 이것들을 그냥...

코 앞에서 역정을 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돌아서면 또 안쓰럽고... 뭐 그런 마음이다. 한 두 번 큰 소리를 내거나 인상을 쓰거나 눈빛을 쏘아붙이면 제법 얌전한 척 "해주는" 걸로 봐서 그래도 아직은 내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긴 한데 어디까지 금을 그어놓아야 할지 몰라서 난감한 상황이 간혹 생기기 시작했다.

경험이란 건 이럴 때 절실해진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저렇게 하면 좋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지없이 빗나갈 때 경험은 빛을 발한다. 연륜이 힘을 보탤 경우 더더욱. 더 많은 선배 교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럴 짬도, 맘도 잘 안생긴다. 언제나 그렇듯이 교사가 문제다.

어쨌든 다행인 것은 이제 녀석들의 오만가지 잡다한 시험에도 제법 의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선생님! 누구 닮았는지 알아냈어요!!"
"(닮은 사람 찾았다는게 한 두 번이었던가. 심드렁하게..) 누구냐, 이번엔?"
"영심이 쫓아다니던 경태요!"

이런 대화를 하다보면 무릎이 꺾인다.
쐐기를 박는 다른 녀석의 칼 같은 한 마디.

"야, 안그래도 키 작아서 서러우신데 그러지마라."

제발.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다오. 이. 사랑스런. 녀석들아.
2006/09/19 20:48 2006/09/19 20:48

아이들을 바라보다

Posted 2006/08/24 16:24,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내가 고등학생일 때,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자주 했던 생각 중의 하나는 '왜 선생님들은 저렇게 감정이 급변하는걸까?'라는 것이었다. 1교시에 버럭 화를 내던 선생님이 2교시 후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만나면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다. 어떤 날은우리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싶은 장난을 쳐도 웃으며 넘어가셨는데 어떤 날은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엄청나게 화를 내곤하셨다.

이제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 교사인 내가 그 때 그 분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되었다면 주제넘은 생각일까. 스스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고 학생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때로는 내 스스로에게실망할만큼 순간적으로 불안에 빠져버린다.

평소에 수업 태도가 참 좋은 반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산만했다. 오후수업이라 그랬을까. 지쳐버린 녀석들은 책상 위에 봄날 눈사람처럼 아무렇게나 퍼져있었고, 교과서를 가져 오지 않은 녀석들도10명쯤 되었던 것 같다. 소란스럽다가도 내가 강렬히 쏘아보면 입을 다물던 것도 이제는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기분이고...

몇번을 참다가 기어이 화를 냈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해보니 참 어설펐다. 나는 학생들에게 화가 나면 큰 소리를 한 번 지르고는굳은 표정으로 한참동안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자칫 어느 선을 넘어가버리면 녀석들은 그 틈을 타서 다시 수군거린다.난 맥이 빠져 더 굳은 표정으로 한 명, 한 명씩 쏘아본다.

그 반 수업은 2명에게 벌을 주면서 시작했다. 녀석들은내가 편한건지, 만만한건지 (후자라는걸 알고 있지만 전자라고 믿고 있다;;) 벌을 받으면서도 장난을 쳤다. 한 녀석에게 심하게화를 냈다. 그러자 녀석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또박또박 대꾸했다. "잘못했습니다." 영 마뜩찮아서 잔뜩 짜증을 담아"뭐라고?!"했더니 "다음부터 안그러겠습니다."라고 하더라. 전혀 반성하는 것 같지 않은, 오히려 자신의 원망을 담은 그런말투있지 않은가.

순간 달아올랐다.

일단, 수업 끝나고 얘기하자고 해놓고 진도를 나갔다. 녀석은 수업 중에도 가끔 장난을 치고 있었다. 조금 일찍 끝났지만일부러 그냥 수업을 마쳤다. 다른 반과 비슷하게 진도를 나가고 있는데다 녀석과 얘기를 좀 해야할 것 같았으니까.

조용히 복도로 불러냈다. 평소에 장난끼가 많아서 아이들을 많이 웃기는 녀석이다. 가끔 도를 지나쳐서 수업 분위기를 흐릴 때도 있지만원체 장난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대부분 웃어넘겼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굉장히 기분이 상했다. 내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일까.

복도로 불려나온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녀석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수업 시간에도 내가 주의를 주면고개부터 푹 숙이던 녀석이다. 녀석의 손을 잡았다. 키는 나보다 훨씬 커서 눈을 보며 말하진 못했다. 슬쩍 잡은 녀석의 손은여느 아이들의 손과 다를 바 없더라.

왜 그랬는지 물었다. 녀석은 다시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대든거냐고 했더니 그건아니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들렸고,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저렇게 말했다.그리고 몇 가지 말을 보태고 들여보냈다.

끝종이 울리고 교무실로 돌아와서 내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괜히 또 마음이 쓰인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녀석을혼내야했다면 이미 예전에 비슷한 행동, 비슷한 말투를 보였을 때 했어야했다. 내가 기분이 좋고 컨디션이 좋은 날의수업시간이었다면 웃어넘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녀석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교사의 "권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2006/08/24 16:24 2006/08/24 16:24

마지막 수업은 기타와 함께

Posted 2006/07/14 22:5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은 1학기 마지막 문학 수업날이었다. 작년 이맘때,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노량진 학원가를 어슬렁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쨌든 1학기 동안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비록 기간제일지라도...

전부터 벼르고 있던 기타를 학교에 들고 갔다. 다른 선생님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하셨다. "수업시간에 기타도 쳐요?", "올빼미샘, 축제 때 기타치면서 노래나 한 곡 하지?" 등등. 생각보다 쪽팔리긴 했지만 어쨌든 묵묵히 악보와 기타와 설문지를 들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선 후, 먼저 아이들에게 수업 평가 설문지를 쓰게 했다. 생각보다 훨씬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다급하게 설문지를 감추는 녀석들;;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무기명으로 조사를 했다. 아이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내가 평소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점을 제대로 짚어낸 녀석도 있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는 아이들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써낸 녀석도 있었다.

설문지를 받은 후 반장은 매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보내고, 나는 기타를 둘러맸다. 수련회에서 볼 수 있는 레크레이션 강사 아저씨 같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집중해주었다. 덕분에 창피했다. 첫 곡은 [꽃들에게 희망을]. 동명 단편 소설의 줄거리를 먼저 소개해주고 노래를 들려주었다. 조용히 내 노래에 귀기울이는 녀석들을 보며 참 많이 쑥쓰러웠다.

내 첫 사랑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불렀다. 수업 시간에 종종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적이 있었는데 녀석들은 꽤 기억력이 좋더라; 이 노래가 끝난 후, "이제 우리가 아는 노래로 좀 하자!"라는 협박에 가까운 요청이 들어와서 SG워너비의 [내사람]을 불렀다. 이 노래는 내가 부르기엔 힘이 들어서 그 반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남학생을 불러냈다. 처음엔 쑥쓰러워 하던 녀석들도 친구들이 박수까지 쳐주면서 이름을 불러주니 슬며시 나와 한 곡을 다 불렀다.

Seeya의 [여인의 향기]는 여학생을 불러내서 함께 노래했고, 윤도현의 노래도 몇 곡 같이 불렀다. 중간중간 김광석의 노래로 분위기를 다운시켜주기도 했다. 다행히 자는 녀석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물찾기]를 불렀다. 가사가 예쁜 노래라는 내 말에 녀석들은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가며 노래를 들어주었다.

"어? 샘, 왠 기타에요? O.o" 라며 똥그란 눈으로 쳐다보던 아이들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뼉도 쳐주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으며, 아는 노래는 따라부르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MP3로 녹음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연주하다가 실수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다가 삑사리가 나더라도 녀석들은 웃으며 들어주었고, 즐거워했다.

오늘은 참 즐거운 하루였다. 그 작고 네모난 교실에 기타 하나 가져간 것 만으로 녀석들도 나도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이 학생들이다. 누가 뭐래도,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학교에 존재하는 이유는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몰라서 힘들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녀석들...

오늘 나는 참 행복하다.


+하지~만. X반에서는 노래를 부르다가 말았다는거~ "설마 유치하게 기타치고 노래? 그냥 영화나 보죠?"라는 말에 상처받고 기타치다 말았다는거~ 아무도 안들었다는거~ OTL..
2006/07/14 22:59 2006/07/14 22:59

Rock & Flower

Posted 2006/07/05 23:40,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점심시간의 일이었다. 식판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뒤에 오신 X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선생님, XX이랑 얘기하셨어요?"라며 말을 건네신 그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오늘은 시험 후 첫 수업이었으므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점수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 때 그 아이에게 "넌 몇 점이나 맞았냐?"라고 물었고 녀석은 대답 대신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점수를 확인해보니 찍은 것보다 점수가 안나왔더라. 짐짓 웃으며 "심했다. 아무리 찍었어도..(이 뒤에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고 미안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녀석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점수 얘기가 나오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업을 마쳤었다.

more..


2006/07/05 23:40 2006/07/05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