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의 비밀

Posted 2006/04/29 21:22,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내가 교생실습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던 교생실습은 내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그 때 만난 아이들 중에서 지금까지 가끔 안부를 전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 때 "여학교를 가기 위해서" 거의 20군데의 학교에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모교출신이 아니라서 안받아주는 학교도 있었고, 남자라서 안된다는 곳도 있어서 결국 나도 모교로 실습을 갔었다. 일말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작했던 교생실습.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도 이번 달에 교생실습이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얼핏 듣게된 교생실습의 비밀 하나.

교생실습은 "노총각/노처녀 선생님 장가보내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내가 전화한 곳엔 노처녀 선생님이 없었던가 보군. ㅡ_ㅡa)


+ 냐하하하하.. 물론 농담입니다. 엊그제 중간고사가 시작됐는데 "선생님으로서 치르는 첫 시험"인지라 은근히 긴장도 되고, 재미도 있군요. 시험기간 중에 교생 선생님들이 오실 것 같네요. 헤헤. 이쁜 선생님들도 많이 왔으면~ ^^;
2006/04/29 21:22 2006/04/29 21:22

스쿨 오브 올빼미

Posted 2005/08/09 20:13, Filed under: 아름답게 놀기

끼이야아아아아악~!!



School of Rock을 봤다. 재미있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나오는 영화는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오, 키팅! 마이 키팅!"을 따라외쳤던 "죽은 시인의 사회"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테고, "굿 윌 헌팅"도 재미있었으며, 얼마 전에 본 "로빙화"의 곽선생도 멋졌고, "위험한 아이들"의 여선생님(이름은 까먹었다)은 문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사람이다. 아! 한 사람 더 있군. '번지점프를 하다'와 '내 마음의 풍금'에 나왔던 "이병헌 선생님" ㅋㅋ

어쨌거나 School of Rock을 보는 내내, 녀석들의 환경이 조금 부러웠다. 물론 교생실습 때 살펴본 바로는 우리 나라의 고등학교도 슬슬 한 한급당 인원수가 줄어가고 있긴 했다.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 학교를 다녔던 '국민학교' 시절도, 한 반에 50~60명씩 배정되던 중고등학교 시절도 이젠 추억이 되고 있었다.

스쿨 오브 락의 무대가 되는 학교가 비록 미국 내에서도 꽤나 값비싼 사립학교임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그네들의 환경이 내심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거침없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어 대답한다. 학생과 교사간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여전히 조종례 시간이나 수업시작과 끝에서 "차렷! 경롓!"을 하고, "아침조회"가 아닌 "애국조회"를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치뤄내야" 하는 우리 나라의 많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하기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모름지기 "스승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는 우리의 미덕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수도 없이 듣게 된 "공교육의 위기"가 마치 선생님들만의 잘못인양 인식되기 시작했고, 내가 고3이었던 그 어느 날, 급기야 교사에게 매를 맞은 학생이 자신의 선생님을 경찰서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애정어린 선생님의 충고조차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스승님"에 대한 무조건적 존경이 사라졌으니 학생과 교사들이 좀 더 평등한 관계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한다면 우리집 개가 웃을 일이다. 도리어 학생들은 점점 영악해지고, 사회적 분위기는 교사를 매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저질 교사들의 악행은 떠들어 대기 좋아하는 언론들에 의해 연일 부풀려지게 마련이고, 묵묵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많은 교사들의 면면은 조용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라져가고 만다.

임용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선생님 얘기만 나오면 유독 민감해지고 있다. 과연 내가 좋은 교사가 될 것인가라는 점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가 교사가 된다면 "올빼미 선생님네 반"에서는 적어도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란 작은 희망을 품고 있을 뿐이다.


+ 학생을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해줄 때, School of Rock의 마술같은 콘서트가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지만 영화는 영화였다. 하긴 영화가 아니면 언제 한 번 그렇게 오버하며 살아보겠는가.. ^_^b
2005/08/09 20:13 2005/08/09 20:13

실습중인 학교에서 오늘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시절, 시험기간은 정말 피하고 싶은 기간이었다. 시험 시작 전날, 내일 지구가 멸망하진 않으려나, 학교가기 전에 우리 학교 운동장에 폭탄 하나 안떨어지나 늘 고민(?)하곤 했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되고 보니 학생들의 시험기간은 마냥 좋다; 무엇보다 일찍 끝난다. 곧장 집으로 간다면 점심도 집에서 먹을 수 있다! 학생들에겐 지옥같은 나날이겠지만 선생님들에겐 중간 휴식 기간이다. ^^

물론 시험문제 출제에 대한 압박이 실로 엄청나긴 하다. 요즘은 내신 비중이 워낙 높아진데다, 동점자가 많을 경우 전체 학생이 중간 등급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시험이 끝나고 이어지는 학생들의 문의에 일일히 답변해줘야 하고, 주관식 문제 채점도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이번 시험부터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 공동 감독제"를 실시하고 있다. 1,2학년들의 고사장에 교사 한 명과 학부모 한 명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요즘 이렇게 학부모들이 함께 감독하는 것이 꽤 인기 있는 모양이다.

그만큼 부정행위에 대한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진 것 같다. 책상 위에 끄적여놓거나, 컨닝 페이퍼를 본다거나 하는 정도는 이제 애교로 취급할 정도이다. 초치기야 우리 때부터 있었다곤 해도; 이젠 핸드폰까지 등장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시험 기간 중에는 핸드폰을 휴대하는 것조차 아예 금지시켰다.

이런 와중에도 컨닝을 시도하는 녀석이 있었나보더라.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교무실에서 큰 소리가 나는걸 들었다. 어떤 녀석인지 참 안타깝다. 선생님은 물론 학부모까지 있는 상황인데다, 자기의 양심마저 속이는 결과가 된 것 아닌가.

점수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들에겐 전부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특히 고3이 되면 수능점수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고,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에는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연연해할 수 밖에 없는게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다.

실습을 하면서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서울대학교의 입시정책 하나로 인해 전체 교과과정을 재편성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를 많이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지원하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먼저 실습을 다녀온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교생수업 첫 날, 처음 받은 질문이 "선생님, 대학교는 어디에요?", "선생님은 수능 몇 점 받았어요?"였단다. 씁쓸하지만 요즘 학생들의 현실이다. 첫사랑 얘기라도 물어볼까 싶어 온갖 소설을 짬뽕해서 있지도 않은 연애 얘기를 만들어갔던 친구는 결국 실습이 끝나는 날까지 그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학생들이 중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일이면 실습이 끝난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시험기간에 그런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할지 난감하다. 언젠가 한 번 (학원 학생이었는지 과외 학생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어떤 학생에게 그 얘기를 해주었다가 "그래도 선생님은 좋은 대학교나왔으니까 그런 말 하는거잖아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선뜻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시험공부는 열심히 하라는 말을 아이들은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휴우. 그래도 우리 반 학생들은 아직 1학년이다. 만사마를 닮은 연예인 지망생 녀석도 있고, 마술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 나랑 한 마디도 제대로 못나누었지만 늘 나를 보면 수줍게 웃어주는 아이도 있고, 친구랑 싸웠지만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 녀석도 있다.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늘 잠에 찌들어사는 녀석도 있고, 밤새 오락하느라 눈이 벌개진 녀석도 있다. 검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멋있기 때문"이라는 녀석도 있는가하면,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하는 녀석도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내 친구들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 아웅다웅하기보다, 성적이 나쁘다고 스스로를 비관하기보다, 점수 몇 점 높다고 우월함에 가득차기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나아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흔들리며 방황하지만 넓은 가능성의 세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그 녀석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힘내라! 이 녀석들아!
너희들의 인생은 만점을 받을 자격이 있다!



+ 더불어 시험도 백점받기를~ ^^
2005/04/29 23:19 2005/04/29 23:19

드디어 연구 수업!

Posted 2005/04/26 22:01,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4주간의 교생실습 기간도 벌써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식적으로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 실습기간이지만 목요일 오후에는 교직원 체육대회가 있고, 금요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내일 연구수업이 끝나면 사실상 공식적인 일정은 끝나게 된다.

실습 2주차 때, "대표 연구 수업을 할 교생을 선출하라!"는 연구부장 선생님의 지시에 우리 교생들 5명은 고뇌에 가득찼다. 알찬 실습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서로 하려고 다투어야 마땅했지만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수업을 해야한다는 것은 큰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모든 선생님들이 우리들의 은사님이시기 때문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피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연구 수업을 하게 되었다. 실습 첫 날, 대표 교생으로 뽑히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었지만, 운명의 장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나의 교과 지도 선생님이시자 학급 담임 선생님이신 홍선생님께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셨다. 수업 방향 설정부터 각 반의 수업 분위기까지 조언을 해주셨고, 이런저런 말씀들도 많이 해주셨다.

이제 내일 아침 2교시에 1학년 1반 학생들과 함께 연구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바쁜 와중에 잠을 줄여가며 준비했던 결과물을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평가받게 되는 날이다. 입학 때 면접 시험을 기다리는 심정보다도 더 초조하고, 더 긴장되고 있다.

하지만 은근히 내심으로는 내일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막연한 설레임이 가슴 밑바닥을 채우고 있다. 첫 수업 때, 뒤에 앉아계시던 교과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빛보다 35명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 더욱 짜릿해진 경험 때문일까.

흔히 "연구 수업"은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라고 말을 한다. 학생들과 미리 연습도 하고, 발표자도 지정해두고, 실제 수업의 내용보다는 화려한 형식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번 연구 수업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교수-학습의 과정을 고민해볼 수 있었고, 나아가 학생들이 졸지 않는 수업, 국어가 재미있다는걸 느껴볼 수 있는 수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일 연구 수업을 끝마치고, 종례 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매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먹을 생각이다. 우리 학교 매점의 "스콜"과 "페스츄리"는 내가 고딩이었던 시절부터 불멸의 인기품목인데다, 이제 공식적인 교생 수업은 끝이 났으니, 뒷풀이 겸 조촐한 간식 파티라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 떨린다.
어서 녀석들의 똘망똘망한 얼굴을 보고 싶다...





#. 올빼미의 연구 수업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2005/04/26 22:01 2005/04/26 22:01

이크! 담임 선생님, 화나셨다!

Posted 2005/04/25 22:5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학생 조회가 시작되기 전, 내가 교실에 가보니 3명의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있었다. 얼핏 들어보니 지난 금요일 체육시간에(금요일에 있었던 일이 왜 월요일에 터지게 되었느냐하면,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번, 4번째 주 토요일은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히히.) 이 녀석들이 교실에 남아있다가 출석부에 체크가 된 모양이었다.

평소에도 눈빛 만으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있는 담임 선생님이 복도에서 엎드리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복도에서 긴 몽둥이로 5대씩 엉덩이를 맞는 소리가 울려퍼질 때쯤에야 비로소 큰 일이 나긴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말을 모아보니, 선생님께 아무 말씀도 안드리고, 그냥 무작정 교실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출석부에 체크된 걸 고치러 체육 선생님을 찾아갔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디 갔다오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실 갔다왔다고 둘러댄 것이었다. 이런, 맙소사...

엉덩이를 옴찔거리며 우거지상이 된 녀석들과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 조회를 마치고 일단 교생실로 돌아왔다. 1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생실로 돌아가는데, 아뿔싸! 우리 반 녀석 2명이 교무실 앞 복도에서 벽을 보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담임 선생님께서는 녀석들에게 뭐라고 훈계를 하고 계셨다.

다음 시간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들러 아까 그 녀석을 찾아보았다. 오호라. 녀석의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복도 앞에 서 있던 그 녀석과 싸운 모양이다. 더군다나 그 녀석은 아침에 5대를 제대로 맞았던 녀석이 아닌가.

눈탱이 밤탱이 녀석의 말에 의하면, "뒤에 있던 녀석이 자꾸 지우개 가루를 던져서 좀 화가 났는데, 한 뭉탱이를 확 집어던져서" 자기도 모르게 뺨을 때렸단다. 내가 "그럼 니가 선빵 날린거냐?"라고 물어봤더니 그래도 씨익 웃긴 웃는다. 한참동안 녀석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 "그래, 화해는 했냐?"라고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다. 표정을 보아 아직 화가 덜 풀린 모양이었다. 친구끼리 싸우지 말라는 내용의 "선생님의 말씀"을 들려준 후, "그래도 선빵은 안된다. 친구끼리는 화가 나도 참을 줄 알아야 된다"는 싸움의 진리도 얼핏 알려주었다. 그래도 빵이랑 스콜 사가지고 그 녀석이랑 같이 먹으면서 화해하라고 했더니 또 씨익 웃는다.

보충수업 시간에 자율학습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러 가는 도중에 아침에 맞았던 녀석들을 만났다. 엉덩이 괜찮냐고 물었더니, 그 중에 제일 까부는 녀석이 "예? 아, 뭐 그 정도 쯤이야 괜찮아요"라고 한다. 고등학교와서 처음으로 맞았다는데 기분이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녀석들한테 꿀밤 한 대씩을 먹여주고, 교생실로 왔다. 연구 수업 문제로 담임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선생님께서 녀석들이 쓴 반성문을 보여주었다. 글씨는 예술이었지만 내용은 더욱 아름다웠다.

수업 땡땡이쳤던 녀석들은 자신들이 맞은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최소한의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았다. 어쨌든 녀석들의 엄청난 악필 속에서도 진심은 가득 묻어나왔다.

치고 받은 두 녀석의 반성문은 과연 고등학생의 반성문일까 싶을 정도로 못난 글씨와 착한 내용이었다. 오전에 만났던 '선빵 날린 녀석'은 자신의 성미를 참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친구가 자기에게 뭔가 불만이 쌓여있었던 모양이라고 써놓았고, '먼저 맞았지만 제대로 반격한 녀석'은 시종일관 미안함과 죄송함을 말하고 있었다. 먼저 장난을 친 것도 자기이고, 하지 말라는데 계속 장난친 것도 자기이고, 그래서 먼저 약을 올린게 잘못이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하고 있었다.

나 역시 고딩 시절, 반성문을 꽤 썼던 기억이 있고, 엉덩이와 손바닥에 빨간줄, 파란줄 그어지는 날도 꽤 많았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는 어떤 선생님께는 아무리 맞아도 웃을 수 있었고, 어떤 선생님께는 한 대만 맞아도 부아가 치미는 경우가 있었다.

적절한 체벌은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 굳이 스키너의 정적/부적 강화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이크,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에 따르는 교사의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싶다. 체벌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며,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교사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보다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녀석들이 철이 덜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반성문 따위야 대충 지어서 선생님께 아부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우리 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이 때렸다고 휴대폰으로 고발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들려오는 중고등학교의 온갖 험악한 이야기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내 마음도 한층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교사는 "사랑하며 화내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2005/04/25 22:59 2005/04/25 22:59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한 시간 수업을 위해서 이렇게 공들여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는 절대 졸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께 죄송해서라도...

교생 대표 연구수업을 준비하다가 문득,
어쩌면 학교는 열정적인 교사 몇 명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아... 이제 교수-학습 계획안이 거의 다 완성되었다.
얼른 자고, 내일 교과 지도 선생님께 검사받아야지.



중고딩 여러분! 선생님들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수업시간에 졸지 마세욧!!
2005/04/20 01:57 2005/04/20 01:57

드디어 첫 수업을 했다.

Posted 2005/04/13 22:18,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 6교시에 1학년 3반에서 첫 수업을 했다. "(2) 나의 소원" 뒷부분부터 다음 단원 "(1)봄봄"까지가 내가 맡은 부분이었는데, 나름대로 교재 연구도 열심히 했건만, 처음 해보는 수업은 어렵고도 어려웠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만큼 긴장되지는 않았다.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경력 덕분인지 35명의 시커먼 녀석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는 그닥 두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 차례의 수업 참관과 선생님의 조언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 수준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순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수업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덜했다.

다만 뒷자리에 앉아계시는 교과 지도 선생님의 눈빛은 살갗을 파고드는 것처럼 온 피부의 신경 세포를 일으켜 세우곤 했다. 상당히 자상하신 분이시고, 나를 배려해 주셔서 맨 구석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신 채 교과서를 보고 계셨는데, 가끔 한 번씩 눈이 마주칠 때면 꼬리뼈부근부터 찌릿한 느낌이 오곤 했다.

앞으로 며칠동안은 계속 같이 수업에 들어오실 모양이다. 선생님께서 일부러 나를 생각하셔서 같이 들어오시는 것이지만 나로서는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신경 쓰이는게 사실이다. (학생들과 중간중간 농담도 좀 해가면서 수업을 하고 싶었으니까;;)

어쨌든 나의 첫 번째 수업은 무리없이 잘 끝났다. 시간조절도 썩 괜찮았고,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실을 나서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야릇한 쾌감이 흐물흐물 피어오르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학생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2005/04/13 22:18 2005/04/13 22:18

교생이 본 고등학교의 실태

Posted 2005/04/12 23:31,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교생실습 2주째로 접어든 지금, 나는 많은 근심과 열정가득한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는 미묘한 감정상태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달라진 요즘 학생들을 만나보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학생이 아닌, 교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교는 나에게 또다른 시각을 제공해준다.

학교 비리...
내가 실습을 나가는 학교는 사립 고등학교이다. 신뢰할만한 분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 학교는 "최소한" 재단 운영은 투명하다고 한다. 낼름 먹어버릴만큼 재단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학교에도 투자를 잘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 쪽에서 큰 잡음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그러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교사 비리는 이 곳에도 왕왕 있었고, 얼마전에도 그런 소문이 돌아서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돈을 얼마 주면 시험 문제를 몇 문제 얻을 수 있다는 둥, 뭐 그렇고 그런 문제들 말이다.
실습을 하면서 가슴으로부터 자긍심을 느끼고, 당당하게 생활하시는 선생님들과 하루하루 시간때우기에 급급한 선생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학력 수준...
내 몇 년 후배들은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는데, 요즘 학생들에겐 아예 "학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오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첫 수업을 했다. 판서해준 내용의 1/3도 제대로 필기하지 못하는(필기하는 요령도 모른다) 학생들이 본문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학습활동이 본문 이해에 가로막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느낌은 안타깝기 서울역에 그지없었다.

학급 생활 분위기...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 게임 세대이다. 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기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써클 활동도 저조하고, 문예부는 지원 학생이 없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수업 시간에 자다가 선생님께 지적당하면 선생님 얼굴을 멀끔히 쳐다본다.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혼내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습 첫 날, 예전의 담임 선생님께 물었다.
"요즘 애들, 저희 때보다 더 말 안듣죠?"
"말 안듣지. 그런데 너희 때랑은 비교하면 안돼. 너희는 너희고, 요즘 애들은 또 그만큼 변했으니까. 세월이 흘렀잖냐."
일주일쯤 지나서 이제 겨우 그들보다 10살쯤 더 먹은 내가 "요즘 애들이란..."생각을 하다가 문득,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50대 후반의 그 선생님께선 늘 달라지고, 새로워지는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셨지만, 나는 내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한 마디로 "개념이 없다".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고, 언제나 밝은 모습이다. 선생님의 큰 목소리에 기죽지 않고,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따를 줄 안다.

공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제는 교실붕괴를 넘어 학교붕괴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판국에 교사가 되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농담도 들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여전히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고,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2주 동안의 체험이지만, 생생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 생활 방식의 변화를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걱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공교육이 문제라는 분들을 만나면 당당하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분들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학교를 믿고 있습니까? 학부모조차 믿지 않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요즘 애들 문제라는 말, 요즘 교육이 문제라는 말은 곧,
요즘 어른들이 문제라는 말과 같다.




+덧: 그건 그렇고, XX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아! 제발 국어 시간에 졸지 마라! 선생님 목 터질뻔 했다! ㅜ_ㅜ
2005/04/12 23:31 2005/04/12 23:31

담임 교사의 하루

Posted 2005/04/10 16:05,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1. 여유있게 출근해서 정시에 학급조례 실시 (08:00)
- 출결 확인 및 자율학습 지도
- 주번 활동 확인 및 특별구역 청소 지도
- 용의 복장, 두발 지도 확인
- 각종 전달사항 지시 및 확인

2. 일과 중 교실에 수시로 들러 학생 생활 파악 및 교실 관리
- 학급 학생들의 조퇴, 결과, 무단 외출 등 하루 생활 점검
- 학급 학생들의 질병, 사고 등 생활 점검

3. 특별시간 직접 지도
- 행사활동시간 : 조회 등 각종 행사에 집중, 참여하도록 지도
- 자치활동시간 :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담임교사도 함께 참여, 조언

4. 특별교실 수업 시간 교실 관리 및 지도
- 이동수업 시 주번 학생만 남고 수업에 임하도록 지시, 확인
- 계발활동 시간에 각 활동 부서에 빠짐없이 참여하도록 확인, 지도
- 이동 수업 시, 해당 반에서 수업하도록 수시로 확인, 지도
- 체육시간에 잔류 학생 없도록, 임의로 주번을 바꾸지 못하도록 지도

5. 정시 학급 종례(평일: 17:00, 토: 12:20)
- 화장실, 음료수대를 청결히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각종 전달사항 확인
- 사물함 정리 및 교실 정리정돈 지도
- 청소 및 청소도구 정리정돈 지도

6. 학급학생 사안 발생 시 신속한 대처 및 처리
- 학생들간의 갈등이나 폭력사태
- 학생들의 위급한 사항이나 안전사고
- 학급 비품 및 학교 시설물 파손

7. 방과 후
-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학생 성적, 생활 상담 및 학부모 면담
- 필요하다면 학급 학생들과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집단 상담
- 교실을 돌아보고 창문 개폐, 소등 여부 확인
- 내일 할 일 점검 및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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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선생님이 나눠주신 프린트물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수학을 가르치시던 분이셨는데 예나 지금이나 참 좋으신 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담임 교사의 하루]일 뿐이지, 모든 교사의 하루가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각종 학교 업무에 관한 사항은 빠져 있다.

교사의 업무는 수업 이외에도 업무 분장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교무부, 연구부 등 각 부서별로 업무가 나뉘어져 있는데, 이건 내가 봐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행정 업무는 학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고, 학교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 + 학교 자체 업무 + 학생 수업 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생들끼리 이야기하다 문득, 학교에도 업무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얘기도 농담삼아 했었다. 그만큼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수업 연구에 투자할 시간을 각종 업무에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서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선생님이란 직업은 정말 천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온갖 잡음 속에서도 그 분들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2005/04/10 16:05 2005/04/10 16:05

교육실습생의 하루

Posted 2005/04/08 23:33,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이번 주 월요일부터 고대하던 교생실습이 시작되었다. 여학교를 향한 불타는 집념은 끝내 꺾여버리고 시커먼 녀석들이 드글드글한 나의 모교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교(사립 고등학교)에서의 교생실습은 강추다!"

양복을 차려입고, '선생님'이라 불리우며 다시 돌아간 우리 고등학교는 참 감회가 새로웠다. 건물은 익숙한데, 내부 시설은 많이 좋아졌고, 강당도 생겼으며, 급식도 실시하고 있었다. 한 반에 55명씩 눌러넣어서 여름이면 땀냄새와 대걸레 ㅤㅆㅓㄲ는 냄새로 질식할 뻔 했던 기억은 이미 추억이 되었고, 35명의 쌍콤한 아이들과 새로 놓인 사물함이 나를 반겨주었다.

늘 피해다니기 바빴던 선생님들은 우리를 제자로서, 학생들의 선배로서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동료 실습생들은 동기거나 선배, 후배인지라 거리낌없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실습나간 첫 날, 12시 넘어서까지 술마시고 놀았다;;;)

첫 날부터 오늘까지는 교사의 업무 설명 및 학교 전반에 관한 사항들을 교육받았고, 등교지도, 급식지도, 조/종례 참관을 매일 하고, 수업참관, 자율학습 지도 등이 간간이 있었다.

선생님이 되어 다시 돌아간 학교는 나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이 곳에서 그 동안의 숱한 고민들을 꽤 많이 덜어낼 수 있었으며, 교사에 대한 열망을 공고히 하게 되었다. 비록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학생 때는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조차 아름다운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심하게 부끄럽기도 했다.

이번 주는 학교와 선생님들을 다시 보게 된 시간이었다면 다음 주부터는 학생들을 새롭게 보게될 시간일 것 같다. 우리가 담당하게 될 1학년 학생들은 여전히 중학생의 어린 티를 벗지 못했지만 자랑스러운 내 모교의 후배들이자 내가 가르쳐야할 제자들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을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내 지난 학창시절을 반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제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아직도 조금은 낯설고 두렵지만 마음은 가볍다. 즐거운 기분이 될 때도 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90도로 인사하는 재혁이를 비롯한 나의 귀여운 제자들에게 짧은 기간이지만 보다 많은 사랑을 나누어주고 싶다.

그들이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서, 그 자녀들에게 "아빠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생선생님이 있었는데, 참 멋진 분이셨지"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2005/04/08 23:33 2005/04/08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