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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4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1)
  2. 2006/09/22 생일빵 당한(!) 선생님 (18)

만감이 교차했던 생일

Posted 2008/09/24 01:3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월요일 아침, 어머니의 생일 축하 문자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에 끝난 축제 덕분에 이번주 역시 환타스틱한 반 분위기가 될 것을 예상하고 월요일 아침부터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케익에 촛불까지 켜놓고 내 주위에 빙 둘러선 채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폭죽도 터트렸고, 교탁 위에는 미리 접시에 담아둔 소담스런 간식거리들도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고마웠고, 평소에 잘하지 이런 걸로 환심사려 하는지 의구심도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 와중에 여전히 몇 몇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몇 몇은 진심어린 편지를 써주었으며, 몇 몇은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어리둥절했고, 혼란스러웠다. 괜히 뻘쭘해지고 영 어색해지기 시작해서 대강 교탁을 정리하는 척 했다. 뭔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정다운 이야기라도 나누어야할 것 같았지만 "고맙다, 정말."로 많은 말들을 대신했다. 귓가에 스쳐 들어온 또 다른 날카로운 이야기는 케익 속에 묻기로 했다. 어쨌든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케익까지 마련해주고, 노래도 불러준 녀석들...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져나온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복잡해진 마음으로 교무실로 돌아왔다.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아이들이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고마웠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없었다. 그 졸리운 중세문법을 끝.까.지. 설명했다.

쉬는 시간,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신문반 아이들이 찾아왔다. 교무실 밖으로 불러내길래 처음엔 축제 비용 정산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다.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지도 못했던 축하였다. 나는 소리 높여 고맙다고 말하며 한 사람씩 악수를 했다.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퇴근 후 여자친구를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후식을 즐겼다. 그녀가 손수 만든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내 귓가에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윽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예쁜 쿠키가 덧붙여진 생크림 무스케익의 살살 녹는 맛은 내 마음을 알알이 녹여주었다.

한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각에, 아버지께서 손수 케익을 꺼내 불을 붙이고 어머니와 함께 축하 노래를 불러주셨다. 케익은 아버지와 어울리지 않게, 작고 귀여운 분홍빛 케익이었다.

케익을 네 번 먹었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배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생애 가장 정겨운 생일을 보냈다. 그 케익들 앞에서 나는 내 나이를 속으로 찬찬히 헤아려 보았다. 스물 아홉해를 사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제 큰 초 3개면 족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 덕분에 웃고, 아이들 때문에 울고, 아이들로 인해 내가 변화한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는 또 하루를 보냈다.

2008/09/24 01:36 2008/09/24 01:36

생일빵 당한(!) 선생님

Posted 2006/09/22 11:0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이제 진정한 이십대 중반(남들은 후반이라고 하지만)이 되는 날이지요. 여기저기서 축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축하 문자를 날려준 사람은? 네, 저를 좋아해주는 학생이었습니다. 흐흐. 여친과 같은 시간에 문자가 들어왔는데 핸드폰에 학생의 문자가 먼저 찍혔어요. 이거 여친한테 말하면 또 마음상하지 않을까 살포시 걱정도 되는군요. 하핫. 여학생들 이야기를 좀 신나게 했거든요.

어제 저녁까지 우리집 식구들이 조용하길래 "설마..."했습니다만 역시나 제 생일을 아.무.도. 기억못하더군요. 아부지도, 어무이도, 동생도 조용했습니다. 갑자기 케이크를 꺼내온다하는 일을 잠깐 상상해봤지만 여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던지라.. 사실 식구들이 제 생일을 까먹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 그닥 당황하진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온 식구의 생일을 온 식구가 까먹은 적도 있었거든요. 그 해, 생일 당일에 케이크를 받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냐하~

어쨌거나 그렇게 조용히 학교에 왔는데 책상 위에 케이크가 놓여있었습니다. 학교 상조회에서 주신 건줄 알았는데 학생이 가져다 놓았더군요. 작은 카드와 함께. 이런걸 요즘 애들은 "캐안습"이라고 한다죠. 감동했습니다.

이어지는 문자 세례. 여친은 이미 오늘 자정부터 챙겨주었고, 친구들로부터 문자가 속속 도착했습니다. 후배가 보낸 것도 있었구요.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는데 놀라운 문자를 한 통 받았습니다. 대학 때 자주 가던 밥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생일축하한다고 상품권을 보냈더군요. 문자에 상품권 만원이 표시되어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핸드폰 디밀고 밥 먹은 기억이 나서 피식 웃었습니다. 이 가게는 제가 졸업하기를 원치 않았나 봅니다. 흐흐. 사실 공돈을 받았으니 일부러 학교 앞에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게다가 고연전이 시작되었잖습니까!)

수업들어가는데 복도에서 한 학생이 생일선물이라며 폴로(구멍뚫린 사탕) 한 통을 건네주더군요. 기쁘게 수업마치고 나서는데 그 반 학생 한 명이 제 팔뚝을 팍. 치는 겁니다. "선생님, 생신이시라면서요? 진작 말씀하시지!" 그래놓고 생일빵이라고 몇 명이 더 달려와서 툭툭 치고 갔습니다.

교무실로 가는데 옆 반의 말썽꾸러기 남학생 한 명이 징그럽게 웃으며 "선생님, 생신축하드려요!"라더니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말릴 겨를도 없이 저를 무지막지하게 껴안더니 조르기 한 판 들어가더군요. 그 사이에 몇 놈이 달려들더니 또 툭툭...

"축하드려요, 샘~"이라며 웃으며 지나가는 녀석들. 내 참, 이걸 어찌 해야하나... 순간 고민했습니다만 별로 세게 한 것도 아닌데 화내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서 그냥 교무실로 왔습니다. 기분이 나빠야할 것 같은데 그냥 즐겁네요. 아씨,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음...

어쨌든 제가 태어난 날입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덩치가 저보다 큰 녀석들을 가르치고 있다니요. 올해 생일은 유난히 즐거운 기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웠던 첫사랑과 생일을 함께 보내는 것도 기분좋은 일입니다. 약관의 중턱을 넘어서는 일도 아직은 넉넉하게 받아들여지구요.

볼품없는 이 곳에 향기로운 흔적 남겨주시는 좋은 님들도 함께 있으니 화사한 생일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모두들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빌어요! ^^

+ 제 생일은 이제 전 세계에서 기념해주겠군요! 하핫!

+[생일빵]에 대해선 나중에 좀 자세히 써봐야겠습니다. 애들한테도 얘기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음..
2006/09/22 11:09 2006/09/22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