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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4 행복한 하루
  2. 2007/02/15 제주 감귤 초콜릿은 제주도산이 아니다? (3)
  3. 2006/02/24 울엄마는 센.스.쟁이. (2)

행복한 하루

Posted 2007/05/14 12:47,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내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손수 쓴 편지와 작지만 예쁜 선물을 챙겨서 왔더군요. 작은 화분 하나와 색분필 한 통, 예쁜 화과자 한 개... 덕분에 종일 마음이 뿌듯합니다. 별 것 아닌 내용이지만 손으로 쓴 편지와 쪽지는 또 얼마나 정감있는지...

여학생들이 이런 날에는 특히 더 잘 챙겨줍니다. 이래서 우리 아부지께서 늘 "내가 딸을 하나 낳았어야되는데..."라며 가슴을 치셨던 걸까요. 올해엔 수업을 들어가지 않는 반 아이들에게서 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한편으론 기쁜데 한편으론 내가 수업을 하도 엉망으로 해서 수업들어가는 반 아이들은 조용~한 것인지 은근슬쩍 고민도 해봅니다. 헤헤...

학교 교육이 아작났다며 온통 시끄러운 마당이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조급하고 복잡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감돌곤 합니다. 정식 교사가 되어 처음 맞이하는 스승의 날에 꽃다운 편지와 작은 선물을 받아보니 괜히 어깨에 힘도 좀 들어가고, 인상도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크게 다가옵니다. 얼마나 교사다웠는지, 선생다웠는지 돌이켜보니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하구요.

내일은 쉬는 날입니다. 모교 고등학교에 은사님을 한 번 뵙고 올까 합니다. 그 학교도 쉬면 안되는데;;; 어느 높으신 분의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루의 휴일이 생긴건 나쁘지 않네요. (사실 앞으로 또 어떤 기기묘묘한 생각들이 '하달'될지 잔뜩 기대중입니다. ㅡ_ㅡ)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입니다. ^^


(이번 주는 황금주. 1학년이 수련회를 가서 수요일까지 수업도 널럴하고 금요일엔 모의고사, 토요일도 수업은 없고... 밀린 수업준비부터 해놔야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석가탄신일, 체육대회, 신체검사가 있으니 5월은 쉬엄~쉬엄~ 지나가겠지요. 6월에 밀린 진도나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피가 쏠리는 기분입니다만;;;;;)
2007/05/14 12:47 2007/05/14 12:47

+설악산의 하르방 by 복숭아

작년 여름,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나와 함께 쓰레기장에서 함께 땀흘리며 악취를 나누던 학생들 중에 나를 잘 따르는 그 여학생도 2학년이었다. 며칠 뒤 담임 선생님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도 슬쩍 부러운 생각이 들 즈음, 그 여학생이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름하야 "제주 감귤 초콜릿".

부모님께선 분명 내가 5살 때 제주도를 데려갔다고 주장하시며 증거사진도 제시해주셨지만 내 머릿 속의 제주도는 아직 환상의 섬이다. 삼다도라 삼다수~라는 라디오 광고를 들으며 삼다수 한 잔을 기울이노라면 내 눈 앞엔 오색창연한 바다와 그림 같은 섬이 늘어서 있곤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의 제주도다.

하여 상자를 받아들고서 잠시 감개무량하였다. 바로 그 섬, 제주도에서 나를 생각하여 초콜릿 한 상자를 사다주다니. 아주 많이 기뻤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와! 나주려고 사온거야? 와! 고맙다!"정도로 마무리했었다. 주위 선생님들께 자랑만 실컷 하고 고이 집으로 모셔와서 한 조각씩 아껴먹었다. 맛도 좋았지만 그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 고마웠다.

그러다 몇 주 전 우연히 동네 편의점에서 똑같은 상자를 발견했다. 하긴 요즘 시대에 이름난 특산품을 서울에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서도 마음 한 켠에 슬쩍 의심이 든 건 사실이다. '설마 학교 앞 마트에서?'... 하지만 이내 그 여학생의 맑디 맑은 목소리와 약간은 수줍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래, 어디에서 샀는지 그게 뭐 대수냐. 날 위해 사다줬다는 거 하나 만으로 그 초콜릿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이 되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잠시 찾아보니 제주도청에서도 제주 감귤 초콜릿은 제주도의 특산품이 아니란다. 이런 걸로 도청에 문의하는 사람들이 곧 내 제자들의 부모라니 똥꼬에 힘이 좀 들어간다)

요즘에서야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설악산에서 사왔던 '에델바이스 등산 뱃지'를 조용히 웃으며 받아주시던 울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2007/02/15 22:41 2007/02/15 22:41

울엄마는 센.스.쟁이.

Posted 2006/02/24 00:05, Filed under: 스치며 부대끼며
연수를 다녀와보니 책상 위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수줍게 놓여있었다. 발그레한 포장지를 살포시 엮은 황금빛 리본은 가냘픈 몸을 누인 채, 내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번엔 또 누굴까. 미희일까, 수경일까, 경란일까, 영지일까, 지수일까, 또 새로운 뉴 페이스일까.

이루마의 시디 한 장과 책 한 권. 그리고 곱게 접혀진 카드 한 장.
울엄마였다.

"사랑하는 아들"로 시작하는 작은 카드에는 졸업을 축하하며 험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작년에 컴퓨터를 배우러다니시더니 예쁜 꽃편지지에 돋움체 13포인트로 인쇄를 하셨더라.

건강이 안좋으신 울엄마는 전형적인 "소심한 A형"(울어무이의 표현;;)이신데 내 감수성의 절반 이상은 어무이로부터 물려받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소심한 성격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학생이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사회에 발을 내민 올해,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겐 가장 큰 힘이다. 졸업식날, 부모님께 큰 절 한 번 제대로 올려야겠다.
2006/02/24 00:05 2006/02/2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