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수업'

18 POSTS

  1. 2008/12/03 교실 개그 (실화) (3)
  2. 2007/09/04 만인의 연인 (1)
  3. 2007/06/29 가는 비 온다 (4)
  4. 2007/05/09 이것은 시가 아니다 (3)
  5. 2007/04/11 멀티미디어 수업에 대한 고민
  6. 2007/03/19 수업의 법칙
  7. 2006/12/13 논술 수업 후기
  8. 2006/12/05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일
  9. 2006/11/17 장남의 마음 (3)
  10. 2006/09/26 지루한 시 수업 시간 (4)

교실 개그 (실화)

Posted 2008/12/03 12:0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라는 속담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아침에 엄마한테 혼나고 선생님한테 짜증내다가 한 대 맞고 친구들한테 화풀이하고 집에 가서 동생 발로 차는 애가 있었어. 이럴 때 하는 말은?"

교실 뒷쪽 구석자리에서 우렁차게 대답하는 남학생.

"병신."


한참 목이 터져라 설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터져나오는 소리.
"선생님! 얘, 코 파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17세)이 짝궁을 일러바치는 소리.)


이청준의 작품을 설명하던 중, 서편제 이야기가 나왔다.
"서편제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한이 담긴 소리를 하게 만드려고 약을 먹이잖아. 무슨 약이었지?"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대답들.
"사약!"
"농약!
"쥐약!"

급흥분하는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부자를 먹여서 눈이 멀게 된다는걸 설명하고 있었다.
"약 먹고 딸 눈이 어떻게 돼?"

맨 앞에 앉아있는 참하게 생긴 여학생 왈,
"(진지하고 순진무구하게) 눈이 풀렸어요?"

2008/12/03 12:06 2008/12/03 12:06

만인의 연인

Posted 2007/09/04 11:2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오늘 수업을 하다가 잡담을 하던 중 (보통 50분 수업에 1,2번 정도 잡담을 하게 된다. 녀석들의 최대 집중 시간이 20여분 남짓이라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 얼마 전에 여친이랑 1년되셨죠?"
"야, 그래서 지난 번에 1주년 기념으로 바다갔다 오신거잖아."

내가 도대체 녀석들에게 어디까지 얘기를 한걸까. 지나가다 우연히 여친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자친구에게는 이미 학교에서 쏠쏠히 우리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두긴 했는데 이 정도였을 줄이야. 민망해서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사실 50분 내내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20분 정도 수업을 하면 한번쯤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 수업 때마다 자연스럽게 농담을 이끌어내거나 다른 활동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하나둘씩 엎어져버리는 녀석들을 보게 될때면 슬쩍 여자친구 얘기를 하면서 농담 한 마디 던지곤 했던 것이다.

이제는 조금 자제를 해야할 듯 싶다. 나도 모르게 조금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다행스럽게도 다들 착하고 귀여운 학생들이라 크게 마음 쓸 일은 없지만 내 여친이 만인의 여친이 될 순 없지 않은가. ^^;
2007/09/04 11:26 2007/09/04 11:26

가는 비 온다

Posted 2007/06/29 14:0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빗방울 하나가   / 강은교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오늘은 비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교무실에 앉아 나뭇잎에 후둑거리는 빗소리를 듣다가 오늘 같은 날, 녀석들과 함께 시 한 편,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종이에 옮겨적었다. 이 녀석들, 맨날 밑줄치고 동그라미치고, 소재 찾고 주제 찾느라 시 한 편 제대로 읽어본 적 있었을까. 내 탓도 있을게다. 기말고사 진도 빠듯하다는 핑계로 "자, 여기 밑줄쳐봐. 이런걸 뭐라고 하지? 그래, 반어!"라며 떠들어댔으니...

인사를 하고 아무말없이 칠판에 시를 적기 시작했다. 등 뒤로 들려오는 한 마디...
"선생님, 그거 어디다 적어요?"
작품개요 정리해줄 때도 "어디다 적어요?"라며 묻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이건 적지말고 그냥 한 번 봐."
"왜요?"
"비오잖아? 크아~"

애들이 난리가 났다. 꽃미남 문학 소년이라서 비 오는 날이면 감수성이 예민해진다고 농을 던졌더니 토하는 시늉도 하더라. 느끼하다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 난리 중에 "에이, 그럼 선생님이 직접 써야죠~"라는 녀석에게 윙크를 던지며, "기다려봐. 때가 되면 다 보여줄게. 아직은 쪽팔린다."라고 했더니 또 토하는 시늉을 한다.

지들끼리 떠드느라 내 낭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슬쩍 베껴적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 단 한 명이라도 문학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일인가. 삭막한 세상을 촉촉히 적시는건 비 뿐만이 아닐진대...

나는 아직 두드리고 싶은게 많아서
행복하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2007/06/29 14:09 2007/06/29 14:09

이것은 시가 아니다

Posted 2007/05/09 21:29,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며칠 전 여자친구가 읽고 있던 시집의 제목은 [이것은 시가 아니다]였다. 제목을 본 순간, 마그리트가 그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이 생각났다. 3학년 국어생활 교과서에서 언어의 자의성을 언급하면서 마그리트의 작품을 설명했던 내용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몇 작품을 훑어보니 꽤 재미있을 듯하여 여친이 다 읽으면 빌려보기로 했다. 이승훈이라는 이름을 얼핏 본 것 같기도 해서 찾아보니 '갈매기 나라'라는 시를 문제집에서 슬쩍 본 것 같다. (이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작품이나 시인은 문제집이 먼저 생각난다;;) 답지 중의 하나로 제시된 작품이었는데 내가 이해하기도, 학생들에게 설명하기도 난해한 작품이어서 대~충 넘어갔던 것 같다;

내친 김에 인터넷을 좀 둘러보면서 읽을거리 몇 가지를 찾았다. 한겨레 신문의 기사는 이 시집과 작가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 학보의 인터뷰는 작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학생들에게 언어의 자의성을 설명해야할 때, 이 시집과 마그리트의 그림을 활용해봐야겠다. 참, 정희승의 '이것은 시가 아니다'도 참고하면 좋을 듯.

오늘의 교훈 : 여친을 잘 만나면 공부도 하게 된다!
2007/05/09 21:29 2007/05/09 21:29

멀티미디어 수업에 대한 고민

Posted 2007/04/11 14:28,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우리 학교에는 각 교실마다 커다란 PDP 텔레비전이 있다. 선생님들에겐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수업중 언제라도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바글바글한 교실에서 분필 가루 휘날리던 수업만 기억하고 있는 나는 요즘의 학교 수업 환경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런 흥미는 옛 교실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뿐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며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고 PC방에서 친목을 다지는 요즘 아이들에겐 그저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영화자료, 플래시자료를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제각각이다. 재미있다는 녀석, 지루하다는 녀석... 결국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느냐는 게 문제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교과서에 담기는 순간, 아이들은 어렵고 지루하고 싱겁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며칠전 우연히 보게 된 뉴스 기사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내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교육학의 여러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차이를 감안한다할지라도 "효과적인 수업"에 대해서 나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뉴스에 대해서 다른 선생님이 해주신 말을 되씹어 보면서 나는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알맹이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봐야겠다.

"강의법도 아주 훌륭한 교수법이야. 정신없이 웃고 떠들면서 들었는데 끝나고 나면 알맹이만 쏙쏙 기억나게 하는 강의가 있고, 화려한 자료를 다 보여주지만 졸리기만 하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강의가 있지..."
2007/04/11 14:28 2007/04/11 14:28

수업의 법칙

Posted 2007/03/19 18:26,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수업준비를 열심히 해가는 날에는 50분이 후딱 간다.
수업준비를 덜 해가는 날에는 5분이 1시간 같다.
슬쩍 던진 농담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면 신이 난다.
웃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을 때면 진이 빠진다.
기분 좋은 날엔 막 나가는 농담도 그닥 거슬리지 않는다.
기분 나쁜 날엔 아무 말도 아닌데 귀에 박힌다.
3학년 녀석들이야 이젠 능구렁이들이라서 수업 자체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 수능 언어영역에 대한 압박이 훨씬 거대하긴 하지만 그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문제는 1학년 수업이다. 교사용 지도서의 안내만으로는 활동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가 벅차고, 막상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작은 활동 하나에도 큰 용기(!)와 적지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졸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내 수업이 재미없냐?"라고 물어보는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잡담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수업이 재미있는건 아니라는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결국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이는 "왜 가르쳐야하는가?"부터 고민해봐야한다고 하지만 학기가 시작된 지금, 수업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한 수업 목적에 대한 고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지금 몇 가지 생각해둔 게 있긴 한데 생각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1학년은 입시 부담도 적은 편이고 아이들도 순진해서 다양한 활동수업에 대해 욕심이 생긴다. 2학년만 되어도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기엔 부담스럽더라. "선생님, 그거 수능에 나와요?"라는 질문이 녀석들의 입에서 먼저 던져지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하거나 나만의 수업을 이해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의 시간을 이용해서 몇 가지를 시도해보고, 2학기 때 본격적인 활동을 해볼까 생각중이다. 이번 주에 해보려고 계획 중인 것도 몇 개 있는데 아직 반별 특성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서 자신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해볼까 고민해보는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아이들의 졸린 눈보다 웃으며 빛내는 눈동자를 기대한다. 50분 동안의 수업을 끝내고 나오면서 가슴 가득 흐뭇해지는 짜릿함은 교사라는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값진 매력인 것 같다.

바쁜 한 달이지만 가벼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무거운 고민만큼 내 수업은 한결 가벼워지길 빌면서...
2007/03/19 18:26 2007/03/19 18:26

논술 수업 후기

Posted 2006/12/13 21:54,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2학기에 급히 맡았던 논술 보충 수업이 끝났다. 총정리를 해준답시고 뭐라고 떠들긴 했는데 녀석들은 다들 멍~한 눈빛;;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이들이 잘 참여해주었고, "논술"에 대한 관심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음을 실감했던 수업이었다. 그냥 끝내기는 좀 아쉬워서 이면지를 나눠주고 이번 논술 수업의 장단점을 자유롭게 써보라고 했다. (스캔해서 올리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 글씨체 못알아보게 한다고 왼손으로 쓰는 녀석들도 있었다.)


[좋았던 점]
  • 1분 쓰기 좋았다
  • 여러 글을 읽어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이런 글도 있구나~ 하고)
  • 선생님 수업 지루하지 않다
  • 선생님이 지적해주신 내용 이해 잘됨
  • 개인적으로 해주시는 글 관련 설명 이해 잘됨
  • 저희들이 썼던 내용들을 자세히 봐주시고, 한 명씩 도와주시는 게 좋았다
  • 가끔 게임도 하고, 먹을 거 줄 때 가장 행복했다
  • 꼼꼼히 첨삭해줬던 거~ (자주 안해줬던 게 조금은 아쉬워요)
  • 첨삭해주는거 재밌어요
  • 글 쓰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 선생님이 해주는 첨삭이 좋았어요~ ㅋㅋ
  • 자료들도 좋았습니다
  •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고 가족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낄낄

[나빴던 점]
  • 논술 내용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 간단한 글쓰기부터하면 좋았을텐데 ㅜ_ㅜ
  • 글들이 너무 어렵다
  • 시간이 짧아 아쉽다
  • 쓰기 싫을 때 너무 강요하신다
  • 상당히 지루했고, 맨날 잠자도 깨우고, 자유시간이 2번 밖에 없어서 많이 짱났다.
    과자 뺏어가는 것도 별루다
  • 그다지...
  • 쓸 시간이 부족했다
  •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 했어요
  • 꺅~ ♡
  • 글을 좀 쉬운 거부터 해주시죠...
  • 논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고 시작하시지... ㅠ_ㅠ
  • 글 쓸 시간이 부족해서 좀 아쉬웠다 (물론 그래도 나는 쓰지 못했겠지만...)
  • 논술을 처음 접하는 나한테는 조금 어려웠다

미안했다. 더 쉽고, 더 많은 글을 쓰게 하고, 더 많은 첨삭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수업준비를 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들을만했다, 괜찮은 편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글을 쓰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논술문 작성법 이전에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으며, 제대로 된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심히 참여해준 녀석들에게 새삼 고마웠다. 아마 언젠가 내가 다시 논술 수업을 하게 된다면 이 아이들과의 시간이 소중히 되돌아오게 될 것임을 믿는다.


2006/12/13 21:54 2006/12/13 21:54

자공이 물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라고 묻자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마을의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의 좋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고 대답하였다.

(子貢曰:"鄕人皆好之,何如?"子曰:"未可也。"  "鄕人皆惡之,何如?"子曰:"未可也。不如鄕人之善者好之,其不善者惡之." - <論語>)

교사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즐거운 기분으로 수업을 할 수는 없다. 몸이 피곤하거나 다른 일로 바짝 신경을 써야하는 날이면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도 참 예민해진다. 그렇다고해서 학생들 앞에서 내 기분을 그대로 드러낸다는건 교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무덤덤하게,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희노애락에 흔들림없는 모습이 필요하다는건 알겠는데 참 힘들 때가 많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자유분방하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기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들의 논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생이니까" 라는 말은 그네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너는 이러저러하니 저러이러하게 해야한다"라고 말해주어야 납득을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필요하지만 올해 처음 학생들을 만나본 나로서는 매 수업 시간, 녀석들과의 의사소통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귀가 얇아서 이런 저런 말들에 쉽게 휘둘리는데 청각은 또 예민하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숱한 이야기들이 내 귀에 쏙쏙 들어올 때가 많다. 대부분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농담이지만 때로는 나에 대한 뼈아픈 농담도 섞여있다.

오늘 문득 공자님의 저 말씀이 생각났다. 학기 초, 처음 만나보는 여고생들의 환대(?!) 속에서 갈피를 못잡던 나... 어쩌면 나는 모든 학생들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선생님이기 때문에 해야하는 많은 불편한 일들을 나는 일부러 피해온 것이 아닐까.

스스로 위로하다가도 또 한 번 부족한 나를 자책해본다.
이제 겨우 18살,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그들 중에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좋지 않은 사람이겠는가.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미운 녀석들을 골라보고 있었나보다. 아이구, 이런....
2006/12/05 20:49 2006/12/05 20:49

장남의 마음

Posted 2006/11/17 22:55, Filed under: 학교종이 땡땡땡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대뜸 "어제 감독하셨죠? 어떠셨어요?"라고 묻는다. 연이어 "동생은 잘 봤대요?"라고 물어보는 녀석도 있다. 고맙고 귀여운 녀석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당(?)받은건 동생줬다고 했더니 앞쪽에 있던 한 아이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휴... 그래도 하루 종일 고생해서 받은건데 왜 동생 줬어요..." 내 생각 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아이가 툭 던지는 한 마디.

"야, 그런 게 장남의 마음이야."

그래도 아까운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와 장남의 마음은 다 그렇다며 옥신각신하는 두 녀석을 보며 나는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너희들 차례야, 이 녀석들아~"라는 말에 "우~"하는 아이들.

탁한 교실 안으로 햇살 한 줄기 내비치고 있는데 어떻게든 수업시간을 띵겨보려는1 아이들을 어르고 윽박지르며 문학책을 펼쳤다. 김소월은 사랑하던 사람의 이름을 죽도록 부르고 있는데 나는 조용히 하고 진도 좀 나가자고 죽도록 울부짖었다.

  1. 띵기다 [동] 어떻게 해서든지 수업안하고 놀아보려고 하다 [Back]
2006/11/17 22:55 2006/11/17 22:55

지루한 시 수업 시간

Posted 2006/09/26 13:30, Filed under: 맛있는 문학
이번 학기 내가 맡은 보충 수업 중의 하나는 "시가 깊이 읽기"이다. 나는 시가 재미있고 시 읽는 시간이 즐겁지만 아이들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인가보다. 더군다나 "시대와 역사"라는 주제로 쓴 시들을 모아서 읽고 있다보니 한 20분쯤 설명하다보면 멍~해지는 녀석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수업 중간쯤 재미있을법한 것들을 몇 가지 준비해간다.

지난 주에는 [매미 그리기]를 했다. 수업용 프린트물을 뒤집으라고 한 뒤 "매미를 그려봐라!"라고 했다. 왜 시 수업 시간에 매미를 그리라고 하는지 생각을 좀 하면서 그리라고 힌트 아닌 힌트를 주었지만 다들 난리가 났다. 파리, 모기, 잠자리 등등등 온갖 형체의 곤충을 그려놓고 매미란다.

원래 정답은 없는 문제다. 시인이셨던 교수님이 낸 시험문제 중의 하나였는데 그 수업을 직접 듣진 않았지만 시험지를 받아 든 학생들이 퍽 당황했다고 들었다. 어쨌든 정답은 없지만 A+를 받은 답안이 있었단다.

그 학생은 큰 나무를 하나 그리고 옆에 "맴~맴~"이라고 써놓았다더라.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얼~ 머리 좀 썼는데?" "오, 똑똑하다" "신기하네" 등등 별 얘기가 다 들려왔고, 어쨌든 잠에서 좀 깨어났다. 그 교수님은 다른 시험에서 "우리 학교 분수대의 동그란 의자 개수는?"이란 문제도 냈었다고 말해주었더니 꽤 재미있어 하더라.

엊그제는 귀여니의 시를 잠깐 얘기했다. 칠판에 [명심해./하루만에 당신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다음날 또 다른 사랑에 빠질수 있다는 걸]이란 귀여니의 시를 적고 제목이 뭐겠냐고 물었다. 맞춘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명심해]가 제목이라고 했더니 피식 웃었다. 귀여니가 썼다고 하니 그제서야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고...

어쨌든 저 시가 출판되었다는 기사 밑에 달린 답글 몇 개를 소개했다.
하이 / 헬로우 / 안녕 (제목: 제니퍼)
호랑이 / 기운이 / 솟아나 (제목: 콘푸로스트)
왼/손은/거들/뿐 (제목: 강백호)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격렬했던 답글은 "1/3/12/26/35/41/보너스 2 (제목: 로또 160회)"였다.

그 옆에 또 다른 시 한 편을 적었다.


늦 잠


꿈이 끝나면
저절로 잠이 깰테니
제발 좀
깨우지 마세요


김영수라는 고등학생이 쓴 시이다. 아이들에게 제목을 적지 않은 채 "이 시는 제목이 뭘까?"라고 물었더니 아직 답글의 웃음이 묻어나는 듯 킥킥대며 "꿈이요!", "잠이요!" 등등을 외쳐댔다.

[명심해]와 [늦잠]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왜 사람들은 [명심해]는 시라고 생각하지 않고 웃긴 답글을 다는데 [늦잠]은 좋은 시라고 할까. 김영수는 여러분과 같은 고등학생이고 이 시는 그 학생의 시집에 실려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영수의 여친은 영희일 거라고 말했다가 재미없다고 항의를 받기도 했고;;;)

나는 <꿈>이라는 글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 꿈은 우리가 잠잘 때 꾸는 그 꿈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미래, 우리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꽤 진지한 눈빛으로 칠판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도 있었다. 내가 수업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가슴 벅차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이다.

매 수업 시간이 그 날 같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수업 준비가 부족해서 그야말로 "말발로 떼우는" 적도 있었고 아이들의 질문에 명쾌한 해설을 해주지 못한 적도 있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다가 황망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실망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라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수업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리라 믿으련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이거 벌써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2006/09/26 13:30 2006/09/26 13:30